[서울=뉴스핌] 송은정 기자 = "수십만 원짜리 골프채는 사면서, 마트에서 달걀 한 판은 못 사게 하는 게 과연 '민생'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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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송은정 기자 |
최근 만난 한 대형마트 관계자의 푸념이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편성한 '이재명표 민생 회복 지원금'을 둘러싸고 유통 현장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지원금 사용처가 소상공인 매장이나 일부 가맹점에만 제한되면서, 오히려 생활 필수품을 판매하는 대형 유통 채널들이 소외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원금은 소비쿠폰과 지역 화폐 형태로 지급되며, 당초 목적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에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수십만 원대 골프채는 살 수 있는 반면, 생필품을 사러 간 마트에선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편의점이나 다이소처럼 가맹 형태로 등록된 매장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같은 동네에 있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대기업 계열'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됐다. 일부 SSM이 개인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조차 고려되지 않은 결과다.
업계는 "민생 소비 진작이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반응이다. 물가 부담이 큰 시기에 생필품 구매에 제한을 두고, 고가 소비에는 길을 열어주는 구조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되묻는 목소리도 크다.
이 같은 마트업계의 불만은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마트 업계는 이미 월 2회 의무휴업제, 새벽배송 규제 등으로 '역차별'을 받아왔다. 내수 위축에 따른 실적 악화 속에 이번 지원금에서도 제외되면서, 정책 수혜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수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대형마트에 각종 할인 행사를 독려하고, 생필품 가격 인하에 앞장설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작 내수 소비를 살리겠다며 풀린 민생회복지원금의 사용처에서는 마트를 제외하는 이중성을 드러냈다.
민생회복 지원금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설계됐지만 현실에서는 품목별 제한으로 인해 형평성 논란과 소비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내수를 살리고 서민의 삶을 지원하려면 품목 제한을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해 소비자와 유통 업계 모두가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yuni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