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이영종의 통일 오디세이] '수령 타령' 뺐더니 시청률 쑥...요즘 인기절정이라는 北 TV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기사입력 : 2025년07월09일 07:00

최종수정 : 2025년07월09일 07:30

뇌물·교육열 등 금기시 소재 다뤄
신세대 배우 대거 투입해 새바람
'한류 드라마 차단 차원" 분석도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새로 제작해 방영한 TV드라마 한편이 선풍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황해도의 한 협동농장을 배경으로 초급 간부와 주민들의 일상을 그려낸 22부작 '백학벌의 새봄'이다.

평양에서 발간된 대외 선전 잡지 금수강산 7월호는 이 드라마에 대한 특집 기사에서 "지난 4월부터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오늘의 농촌생활을 담고 있는 현실 주제의 작품"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22부작 TV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에서 검사인 영덕 역을 맡은 배우 최현(오른쪽)과 농업연구사 경미로 열연한 리유경. 두 사람은 영덕 어머니의 반대로 갈등하다 헤어져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5.07.08 yjlee@newspim.com

이 잡지는 "수십 년 전에 나온 농촌물 주제의 TV연속소설 '석개울의 새봄'이 최고작으로 돼있었는데 이 작품도 그에 못지않다"며 "현대판 석개울의 새봄"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작가 천세봉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992년 선보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에 견준 것이다.

잡지는 또 "수많은 시청자들이 제작 집단에 축하편지와 손전화 통보문을 보내왔고 길거리에서 주역배우들을 만나면 축하의 박수를 보내줬다"고 전했다.

최근 방영을 마쳤지만 여운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북한 당국이 조만간 재방송을 통해 작품을 다시 선보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어떤 대목이 '백학벌의 새봄' 열풍을 일으켰는지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신작 TV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을 소개한 북한 월간지 금수강산 7월호 기사. 드라마의 구성이나 배우 들을 상세히 소개한 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금수강산] 2025.07.08 yjlee@newspim.com

◆'인민생활' 리얼하게 그려내 공감

금수강산이 관련 기사에서 지적한대로 '백학벌의 새봄'은 과거 북한 TV드라마나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생생한 삶의 현장을 그려내고 있다는 평가다.

예비 시어머니의 반대로 훈남 검사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된 어느 농촌 연구사의 죽음을 담아낸 대목은 애절한 느낌을 갖게 한다.

배경 좋은 집안에서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검사라는 게 자랑스러운 어머니는 교제중인 여성을 몰래 찾아가 "처녀 쪽에서 먼저 돌아서 달라"고 단호하게 통보한다.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게 된 여성은 연구에 골몰하다 중병으로 숨지게 되고, 두 청춘 남녀는 영원한 이별을 하게된다.

출신 성분이나 집안 배경 등으로 인해 결혼을 반대하는 모습 등에서 오늘의 북한 세태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으로, 과거 북한 드라마‧영화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남편이 앞치마를 두르고 밥상을 차리는 북한 TV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한 장면. 과거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편의 이미지에서 탈피한 것으로, 젊은층과 여성의 감성에 맞춘 모습으로 분석된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025.04.27 yjlee@newspim.com

북한 문화콘텐츠 전문가인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아들과 사귀는 여성이 마음에 안 든다고 헤어지라하는 대목도 그렇고, 청춘남녀의 새드엔딩도 처음이라 당혹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시골 협동농장 간부로 자진해서 전출을 하려는 남편에게 대입을 앞둔 아들 생각은 않느냐고 따져 묻는 의사 아내의 모습도 등장한다. 도농 간의 생활수준 격차 못지않게 입시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교육열만큼은 남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한다.

협동농장에서 좋은 땅을 배정받으려는 농장원들의 갈등과 담당 간부들과의 충돌 등도 이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심지어 남편을 위해 상관의 부인에게 게사니(거위)를 뇌물로 은밀하게 건네는 상황까지 보여준다. 사실 이 드라마의 큰 흐름을 이루는 게 협동농장에서 생산된 곡물이 대량으로 빼돌려진 비리사건과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사회의 치부라 할 수 있는 비리 장면을 드라마에 묘사한다는 건 체제 특성상 과감한 연출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남편의 시골 전출을 앞두고 대입을 앞둔 자녀의 교육 문제로 다투는 부부의 모습을 그린 북한TV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의 한 장면. 도농 간의 교육 격차와 부모의 입시열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눈길을 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5.07.08 yjlee@newspim.com

◆'꽃미남' 배역으로 "처녀들 속에 호감"

연기력이 뛰어난 전문배우들 못지않게 젊은 신예 연기자들을 대거 내세운 대목도 인기몰이의 비결로 분석된다.

평양연극영화대 최향이를 비롯한 뉴페이스들이 등장해 요즘 북한 세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극 중 간부집 딸인 도미래 역할을 맡은 최향이는 권투선수 출신인 동창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자 "처음엔 다들 그렇게 걸치더구만요"하며 거절의사를 밝히는 등 톡톡 튀는 신세대 연기로 주목받았다.

검사역을 맡은 최현에 대해 금수강산은 "최근 영화들에 출연한 신인배우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개성적인 모습으로 처녀들 속에서 호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전했다.

탈북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후덕한 이미지의 전통적인 북한의 미남형 배우들과 달리 호리호리한 얼굴의 젊은 배우는 마치 한국 드라마의 꽃미남이나 훈남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북한 신세대들의 취향에 맞게 배우 캐스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시골 할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 류금희도 눈길을 끄는 인물이다. 오랜 기간 북한TV에서 소개되는 외국영화의 더빙 전문 배우(성우)로 활약해온 그가 처음 드라마 배역을 맡은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TV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5.07.08 yjlee@newspim.com

◆"배우와 스텝 몇 달간 농촌에서 현실체험"

드라마의 작가 김송림과 연출을 맡은 엄창걸은 모두 농촌 출신이다. "하여 작가와 연출가는 현지 취재를 하지 않고도 농촌물 주제의 작품을 어렵지 않게 엮어낼 수 있었다"는 게 북한 측 설명이다.

인기 TV연속극인 '방탄벽'을 쓴 김 작가는 5개월 남짓한 기간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한다.

전영선 교수는 "방탄벽의 정옥금이 '백학벌의 새봄'에서 리당비서 부인 숙영으로 나오는 등 몇몇 등장 배역이 겹치는 것도 이런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염 연출은 모든 배우들이 몇 달 동안 농촌에서 실제 생활을 체험하며 실제 농사꾼의 체모를 갖추도록 했다는 것.

금수강산은 "창작집단은 2023년 5월부터 황해남도 신천군의 어느 한 농장에 나가 농장원과 함께 일도 하며 촬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엔딩 부분에는 황남 백암협동농장이 촬영장소 협찬을 해주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일성 출생 112주를 맞아 지난 2024년 4월 14일 밤 평양 청년공원 야외극장에서 열린 대학생 예술소조 종합공연. 객석의 대학생들이 일제히 핸드폰 플래시를 켜들고 호응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한류 드라마 맞대응에는 역부족"

새로운 형식과 구성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백학벌의 새봄'이 북한 드라마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금수강산도 이 드라마를 소개하며 '농촌진흥의 새봄을 형상한 TV연속극'이라고 규정한 데서도 이는 드러난다.

군 안에서 가장 뒤떨어진 백학리 리당비서로 부임한 주인공이 농장원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각성하게 만들고, 부정과 원칙적으로 투쟁하며 과학적 영농법으로 식량 생산 할당량을 계획보다 넘쳐 수행한다는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위대한 수령'이나 '어머니 노동당' 같은 북한의 드라마‧영화에 틈만 나면 등장하는 체제 선전이나 김정은 찬양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점은 달라진 대목이다.

시나리오나 연출 과정에서 김정은이 '지도'했다거나 제작 과정을 지원하고 각별한 관심을 갖고 봐주었다는 식의 언급도 없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수령이나 최고지도자 운운하는 내용을 빼버리거나 빈도를 낮추었다는 의미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정은과 최고 핵심부의 승인 없이 드라마‧영화 촬영에서 임의로 체제선전이나 수령을 절대시 하는 부분을 건드리기 어려운 게 북한 문화예술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평양 만수대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참배하는 북한 주민들. [사진=뉴스핌 자료]

이는 북한 체제와 김정은에 대한 변화하는 북한 주민들의 인식을 어느 정도 반영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틀에 박힌 북한 드라마에 식상한 신세대를 주축으로 한 주민들을 다시 TV 앞에 앉히려는 의도일 수 있다.

청년층의 한류 드라마‧영화 탐닉에 충격을 받은 김정은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만들어 차단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자 새로운 TV드라마로 마음을 돌려세우려는 움직임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변화로는 세계적으로 정상급에 올라있는 K-드라마의 재미와 매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yj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다음달 10일 2차 소비쿠폰 기준 나온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행정안전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기준을 이르면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상위 10% 구분 기준은 부동산 및 금융소득 등을 살펴 이달 중 기준 수립 준비에 나선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민생회복 소비쿠폰 간담회에서 "9월 10일 정도에 2차 (소비쿠폰)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실장에 따르면 2차 지급 기준 준비는 이달 중 시작된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만나 기준을 짜야 한다"며 "2021년 사례를 보면 1인가구는 특례를 가산했고, 맞벌이가구는 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인턴기자 = 한국신용데이터(KCD)가 4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카드 매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자영업자 매출 증감률은 전주 대비 평균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매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08.04 ryuchan0925@newspim.com 한 실장은 "고액 자산가인데 건보료만 적게 내는 경우도 있다"며 "(행안부의) 부동산 데이터나 국세청 금융소득 데이터를 활용해 직장 가입자 중 고액 자산가를 선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소비쿠폰 지급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청자는 4818만명으로, 전체 지급대상자의 95.2%가 신청을 마쳤다. 지급액은 8조7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용 현황은 신용·체크카드 지급액 5조8608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3조404억원(51.9%)이 소비됐다. 이날 처음 공개된 지역별 신용·체크카드 소비율을 보면 서울보다 지역이 높은 편이었다. 제주가 57.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인천 54.7%, 울산 54.6%, 광주 54.5%, 충북 54.1%, 대전 54.0%, 부산 53.7% 등이었다. 한 실장은 "비수도권에 3만원·5만원 더 준 부분도 있지만, 지역 영세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져 의미 있는 숫자"라며 "10%포인트(p) 차이는 아니지만 2~3%p라도 높은 것은 그만큼 비수도권이 어려웠다는 방증이자 (소비쿠폰이) 사용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2차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예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실장은 "사업 전체 13조900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만 지방(예산)이고 나머지 12조1000억원가량이 국비다"라며 "(국비에서) 8조1000억원을 먼저 내렸고, 기획재정부 협조를 구해 이달 중순 정도에 4조1000억원을 조속하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료=행정안전부] 2025.08.08 sheep@newspim.com 한 실장은 "(소비쿠폰 2차 지급에 앞서) 지방채 발행이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고 충분조건 정도 될 것"이라며 "(지방재정법 통과는) 9월 본회의까지 하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는 민생쿠폰 관련 연구용역 예산 2억원도 담겼다.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한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취지다. 한 실장은 "민생쿠폰 추경에 연구용역비 2억원이 담겼다"며 "과거 2020~2021년 효과가 있냐 없냐 등 많은 비판이 있었다. 연구 용역을 제대로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정책연구원이나 KDI 등과 연구한다는 것이 행안부 현재 계획이다. 행안부는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그간 도서산간지역 소비쿠폰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한 실장은 "면 단위에서 동네에 마트 등이 전혀 없는 경우가 있어 하나로마트 121곳에서 현재 사용 가능하다"면서도 "현장을 가 보니 마트가 있어도 너무 영세해 고기나 채소 등 신선식품을 사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현재 시장·군수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로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또 "추가 소비 진작 대책을 관계부처와 많이 만들고 있다"며 "행안부는 수도권 기업, 공기업, 관공서 등과 비수도권 간 자매결연을 맺는 소비진작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2025-08-08 16:11
사진
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