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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의 눈] 이재명 대통령은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을까

기사입력 : 2025년06월12일 11:01

최종수정 : 2025년06월12일 11:57

첫 방북 때 옥류관 찾지 못한 아쉬움
확성기 방송 중단 등 대북 유화책에도
文 무너트린 남북관계 복원 쉽지 않아
김정은-트럼프 만남 개입 여부가 관건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20년 전 평양을 다녀왔다. 그는 방북 중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찾고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체제 선전성 집단 체조인 아리랑공연을 참관하는 등의 일정을 가졌다.

그런데 대동강변 냉면 맛집인 옥류관을 들리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통령은 평양을 다시 찾아 냉면을 먹어보겠다는 뜻을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서울=뉴스핌] 냉면맛집으로 이름난 평양 대동강변 옥류관. [사진=화보 조선] 

첫 방북의 인상이 강했던 듯 그는 자신의 방북길을 터준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에 대한 각별한 고마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각 명단에 정동영이 통일장관 재기용 쪽으로 오를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 전 장관은 2005년 6월 민간단체 방북단과 함께 평양을 찾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바 있다.

아무튼 이 대통령의 평양냉면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강해 보인다. 12일 군 당국이 전방지역에서 시행하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단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북한의 오물풍선 대남살포 등에 대응해 시작한 확성기 방송을 1년 만에 우리 스스로 거둬들인 건 김정은에게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다. 별다른 태도변화가 없었는데도 한국 정부와 군이 꼬리는 내리는 모습으로 여겨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다.

대통령실과 군은 이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이행한 것이란 대목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약속의 이행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북한은 우리의 방송 중단 직후 대남 소음방송을 멈추고 음악만 송출하는 등 수위조절에 나섰다.

[서울=뉴스핌] 지난 2005년 방북한 이재명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당시는 성남 지역에서 변호사로 시민 활동을 하던 시기다. [뉴스핌 자료사진]

이 대통령과 정부로서는 이런 움직임을 북한의 화답으로 해석하며 기대를 품을 수 있다. 대북 유화노선은 여기에 그칠 것 같지 않다. 내친 김에 9.19 군사합의 복원 등으로 달음질 칠 분위기다.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합의한 군사합의에는 휴전선 인접지역에서의 포사격이나 군사훈련 등을 중단하는 등 긴장완화와 군사충돌 방지책이 담겼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노골적으로 파기하면서 9.19 군사합의 무효화를 언급했고, 윤석열 정부와 군은 우리만 합의에 얽매여 있는 건 문제라는 입장에서 상응조치를 취했다.

9.19 복원도 대선 공약에 담겨있다는 점에서 곧 관련 조치가 가시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마침 워싱턴과 평양 간에는 신경전이 한창이다. 김정은에게 보낸 트럼프의 친서를 북한이 거부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캐롤라인 래빗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편지교환에 여전히 수용적(receptive)"이라고 브리핑하면서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을 거론했다. 사실관계를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런 기류를 활용해 북미관계의 진전 로드맵 속에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여는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위성락 안보실장이 투톱 역할을 맡게 되는 구도다.

우리 군 당국은 12일 전방지역의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8년 5월 1일 경기도 파주 육군 9사단 교하소초에서 임진강변에 설치된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시설을 철거하는 장면. [뉴스핌 자료사진]

물론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다. 김정은은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계기로 대남 적대노선을 노골화 하고 '통일'이나 '민족'을 지우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을 '제1의 주적' 운운하며 차단벽을 치고 있다.

김정은의 이런 인식이 한국의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강한 거부감을 갖는 쪽으로 나타나고 있는 대목도 이 대통령과 참모들에게는 부담이다.

하노이 파국 직후 김정은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대가리' 등 거친 막말을 퍼부었다. 또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백주에 폭탄을 설치해 파괴하는 등 적대적이고 호전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2018년부터 1년여에 걸쳐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만나 회담하고 평양 초청에 예술단 교류,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대중연설까지 파격적인 조치를 해주었지만 결국 뒤통수를 맞았다는 김정은의 판단을 되돌려야 하는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있다.

관건은 북미관계가 대화의 물꼬를 트는 시점을 전후해 한국의 참여나 개입 공간이 마련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 김정은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끼어들어 남북미 구도를 연출하려 했지만 북한으로부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운운하는 맹비난을 받는 것으로 귀결됐다. 그 즈음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보낸 친서에서 "문재인을 빼고 만나자"고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성가신 존재로 여긴 것이다.

국내 여건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의 대남적대와 통일 지우기 입장에 따라 북한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온 그룹과 인사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핵과 미사일 도발은 물론 대규모 전투병을 우크라이나전에 보내 4000명의 청년들을 죽거나 다치게 김정은의 행태에 대한 국민 여론도 따갑다.

경기지사 시절 벌어진 방북비 대북 불법송금 문제로 최측근인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가 최근 대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점도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꺼림칙한 대목일 수 있다. 대북접근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경우 방북 대가 문제가 재소환 되고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대선 과정에서 대북이슈를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 입장을 취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볼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역대 정상회담이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계 대통령 때 이뤄졌다는 점도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착안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대북‧안보 참모들 또한 이런 속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문 기능공으로서의 자기 기술을 최대한 뽐내며 성사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 옥류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 식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리선권은 우리 기업인들에게 "지금 냉면이 목구멍에 넘어가냐"는 말을 던져 논란이 일었다. 

평양냉면은 양날의 검이다. 특히 남북관계의 최일선에서는 첨예한 대립이자 복선이고 냉혹한 현실이기도 하다.

문재인이 첫 판문점 정상회담 때 김정은으로부터 대접받은 평양냉면은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여는 화해의 물꼬이자 상징이었다. 하지만 평양에서 공수됐어야 하는 건 냉면이 아니라 북한에 장기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 등 6명의 우리 국민이었어야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문재인은 그 벽을 넘지 못했고 김정은과의 3차례 정상회담은 허무한 이벤트로 끝나버렸다. 평양 방문 중 우리 기업 총수들이 북한의 대남 당국자로부터 "지금 냉면이 목구멍에 넘어가냐"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은 건 별책부록이었다.

날이 더워진다. 평양냉면의 쩡한 맛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지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재명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어디서 누구와 먹을 평양냉면이 그려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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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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