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은 삶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고, 여행자는 경험하고 싶어 해요."
영화 <가이드 투 러브> 속 한 대사는 우리가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담아냅니다. 과거 바다는 '잠시 머물다 가는' 장소였지만, 이제는 머무르며 배우고, 교감하고, 살아가는 공간이 되었다.
사전적으로도 '관광(觀光)'은 그저 보는 것이고, '여행(旅行)'은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관광의 시대에서 여행의 시대로, 그리고 해변의 일상화라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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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홍 양양서핑협회장.[사진=동해지방해양경찰청] 2025.07.02 onemoregive@newspim.com |
이러한 전환의 시기에 맞춰 출범하는 강릉해양경찰서의 개서는 단지 행정적 변화만이 아닌 우리 동해안의 바다가 삶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선언이자, 공공안전과 공동체 문화를 위한 든든한 출발점이라 생각이 된다. 강릉해양경찰서는 기존보다 더욱 세밀하고 통합적인 해양 안전관리 체계가 가능할 것이며 특히 해양레저가 생활의 일부가 된 양양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양양은 대한민국 서핑의 중심로 수많은 청년이 이곳에서 삶을 설계하고 수많은 가족이 이곳에서 휴식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곳이다. 서핑은 더 이상 '스포츠'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 상권을 살리고,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기후와 계절을 넘어선 사계절 여행의 중심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해변은 이제 소비의 대상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실제로 양양군의 생활 인구는 매년 8월 기준 등록 인구 대비 28.2배, 12월의 경우 등록 인구 대비 10.3배로 증가하고 있는 부분은 더 이상 단순 계절성 여행지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는 과도기적 갈등도 존재한다. 이용자와 지역주민, 자유와 안전의 균형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특히 여름철 급증하는 해변 이용 인구 속에서 안전사고, 쓰레기 문제, 공유 공간의 질서 확립 등은 지역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해변이 지속 가능한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협력체계와 공공의 역할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강릉해양경찰서의 존재는 단순한 '치안기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해양경찰은 이제 구조와 순찰의 기능을 넘어서 지역과 함께 해변 질서를 만들고 교육하고, 공감하는 파트너로 함께 가야 한다. 지역 협회와의 정기적인 소통, 민간 서프 구조대와의 협력, 레저사업자와의 안전 매뉴얼 공유 등은 단순한 단속이 아닌 '공동체적 해양관리'의 길을 열어주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양양군서핑협회는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안전 캠페인, 서프 구조 훈련, 질서 유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제는 강릉해양경찰서와의 협업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변 문화 정착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해변', '갈등이 아닌 존중의 해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공의 해변'을 위해 이제 민과 관이 함께 나아가야 할 때이다.
동해안의 바다는 더 이상 '그림 같은 풍경'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생업의 공간이며 누군가에게는 치유의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바다를 지키고 가꾸고 다음 세대에 제대로 물려주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공동 과제가 됐다.
이제 바다는 '여행'이 되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삶을 함께 꾸려가는 동반자다. 이러한 해양문화 산업의 빠른 변화 속에 강릉해양경찰서의 출범은 해양레저 업계에서도 상당히 고무적인 분위기다.
양양군서핑협회는 강릉해양경찰서와 긴밀한 협력 파트너로서 더욱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해변문화 정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장래홍 양양서핑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