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PRO "선수의 건강이 FIFA의 상업성보다 우선되어야"
[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미국에서 진행 중인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극한 폭염으로 선수, 관계자 모두 시달리는 가운데 내년에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캐나다, 미국, 멕시코) 결승전을 오전 9시에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일(한국시간) 극한 온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영국 포츠머스대의 마이크 팁턴 교수는 영국 BBC를 통해 "월드컵 결승이라도 아침 시간대로 재편성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좋은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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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로이터=뉴스핌] 손지호 기자 = 유벤투스의 프란시스코 콘세이상이 경기 시작 전 얼굴에 물을 뿌리고 있다. 2025.07.01 thswlgh50@newspim.com |
그러면서 팁턴 교수는 "열생리학적 관점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기를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다. 더 시원한 시간대로 킥오프 시간을 옮겨야 한다"며 "선수뿐만 아니라 심판과 관중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클럽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열돔 현상으로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30도 중반을 웃도는 불볕더위로 지난주엔 온열 질환으로 인해 수십 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달 24일에는 뉴욕이 39도까지 오르며 역대 6월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미국의 극한 폭염으로 인해 선수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미드필더 마르코스 요렌테는 지난달 16일 오후 3시에 시작한 파리 생제르맹과 대회 첫 경기를 마치고 "경기를 뛸 수 없는 날씨다. 끔찍한 무더위"라고 비판했다. 도르트문트(독일)는 무더위로 교체 자원들이 라커룸에서 대기했고, 첼시(잉글랜드)는 아예 훈련을 진행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 클럽월드컵 전체 63경기 중 35경기가 현지시간으로 오후 5시 이전에 편성됐다. 모두 유럽 시청자와 방송사, 광고주 등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처사였다. 일부 경기는 유럽에서 보기 좋은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일부 경기의 킥오프 시간을 정오나 오후 3시로 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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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슈빌 로이터=뉴스핌] 손지호 기자 = 보카 주니어스의 카를로스 팔라시오스가 경기가 잠시 중단된 동안 스프링클러를 사용해 열을 식히고 있다. 2025.07.01 thswlgh50@newspim.com |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도 지난달 30일 공식 성명을 통해 내년 클럽월드컵이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들을 위협하는 폭염에 대한 경고를 남겼다고 전했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는 선수의 건강이 FIFA가 추구하는 상업성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온열 지수가 28도를 넘으면 휴식 시간을 추가하고 32도를 넘으면 경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는 선수들이 폭염에서 회복할 수 있게 하프타임 시간을 기존의 15분에서 20분으로 늘리고, 전·후반에 한 번만 주어지는 쿨링 브레이크(수분 흡수를 위해 잠시 중단하는 시간)를 15분 간격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또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간대에 경기를 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BBC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 기온이 38도를 넘었고, 2023년엔 멕시코 몬테레이의 온열 지수가 50도에 육박했으며 마이애미의 온열 지수는 44도까지 올랐다"면서 "이번 폭염에서 뉴욕 등 일부 지역은 온열 지수가 50도가 넘는 걸로 느껴졌을 것"이라며 "기후 변화로 폭염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은 역대 가장 더운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thswlgh5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