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핀테크 진입 확대 위해 자본기준 낮춰
다수 사업자 참여 유도해 조속한 시장 확대 노려
한은, 법정화폐 유효성 약화 우려..."은행만 발행해야"
은행업무범위 등 규제 완화 필요, 가이드라인 시급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금융과 핀테크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치권은 자본 기준을 낮추며 핀테크업계 참여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은행권은 자본력과 신뢰성, 보안안정성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아직 규제장벽이 높아 진입이 어려운만큼 이에 대한 완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앞선 23일 진행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주요 은행장과의 비공개 만찬 간담회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 |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가계대출과 가상자산 등 금융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장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6.23 gdlee@newspim.com |
이날 간담회 주요 안건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 문제와 이란 전쟁 등 중동 리스크 대응 등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를 기대했던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생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아직 관망세다. 표면적으로는 관련 법령 등이 아직 미정이라는 이유지만, 내면에는 수익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기존 이자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가치와 연동하기 때문에 사실상 법정화폐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각종 거래, 특히 해외 송금 시 수수료가 크게 절약된다. 따라서 다수의 사업자들이 발행할 경우 은행 예적금 자금이 대거 이탈, 이자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통화당국 입장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법정화폐 영향력이 떨어진다면 각종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코인 발행에 찬성하면서도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은행권은 정부 방침이 확정된 후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핀테크 업체 등 비은행권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을 골자로 하는 입법 논의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는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만 가진 국내 법인이면 발행이 가능하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 2호 법안인 디지털가상자산기본법에서도 인가요건은 10억원 이상이다. 진입장벽을 맞춰 시장을 빠르게 확장시키기 위함이다.
![]() |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CI. 2025.02.21 choipix16@newspim.com |
이에 핀테크업계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발의하는 관련 법안에도 핀테크협회 차원의 의견 반영이 다수 있었으며 국회 토론회도 수차례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선두주자로 꼽히는 카카오페이는 지난 17일 원화를 뜻하는 'KRW'에 카카오페이를 상징하는 'K' 'P' 등의 문자를 조합한 형태의 상표권 18건을 특허청에 출원하기도 했다. 이런 기대감의 카오페이 주가는 최근 150% 이상 급등했다.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기준도 낮고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만 발행해도 일종의 전용화폐와 같은 개념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며 "만약 규모가 커진다면 새로운 수익원이 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발행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핀테크 기업에 비해 자본력과 신뢰성 등이 높은만큼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활성화되면 어렵지 않게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코인 발행 및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보안기술력이 압도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경쟁력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다만 대형자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는 점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금융업법상 은행업무범위 규정에 디지털자산이 포함돼야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코인 발행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규제도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볼지 아니면 사업적 영역으로 접근해야 할지는 아직 확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 방침에 따라 최대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