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은정 기자 =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 내 게시물 수가 브랜드 인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지고 한다. 번개장터의 6월 남성 패션 랭킹을 보면, 글로벌 브랜드를 제외하고 디스이즈네버댓, 렉토, 아더에러, 포터리, 폴리테루, 해칭룸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 |
리커머스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 3분기 론칭 예정 [사진=무신사] |
"명품은 이제 부담스럽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고 패션 시장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영향이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실용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세컨핸드' 소비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의류 시장에서 중고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8.1%에서 2027년 24.3%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전체 패션 시장의 4분의 1 가까이를 중고 제품이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중고 의류가 위생이나 안전성 등의 이유로 외면 받았던 과거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실제로 거래도 활발하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2024년 1분기 기준 남녀 아우터 등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이 같은 중고 거래 열풍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서 비롯됐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8%가 중고 의류 거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Z세대의 소비 기준은 단순히 '저렴함'을 넘어 '합리성'과 '가치 소비'로 확장되고 있다. 무신사가 자사 회원 13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최근 6개월 내 중고 제품 구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4.4%, 판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65.5%에 달했다.
이처럼 세컨핸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기존의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후르츠패밀리, 차란 등 중고 전문 플랫폼 외에 패션 특화 플랫폼인 무신사도 올 하반기 '무신사 유즈드'라는 이름으로 중고 패션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무신사 유즈드'는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무신사 앱 내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 1만여 개가 입점해 있는 무신사의 장점을 살려,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무신사는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가장 기대한 '상품 수거' 및 '위탁 보관 판매'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패션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 거래를 통해 브랜드를 접한 소비자들이 신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중고 시장 확대는 브랜드, 플랫폼,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yuni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