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10승은 기쁨, 이번 우승은 회복… 나를 되찾은 기분"
"브룸스틱 퍼터, 결국 효과… 남동생 민우와 서로 좋은 자극제"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빗자루 퍼터'를 타고 세 번째 메이저 퀸 자리에 오른 이민지(29·호주)가 이제 또 하나의 목표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해 간다.
이민지는 23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오늘은 정말 인내심이 필요했던 하루였다. 어떤 샷은 뜻대로 됐지만 어떤 샷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후반엔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내가 세운 경기 운영에 충실하려 했다"며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선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샷마다 집중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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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가 23일 LPGA 투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LPGA] |
이번 대회 내내 강풍과 빠르고 단단한 그린은 모든 선수에게 인내를 요구했다. 마지막 날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이민지는 초반 6개 홀에서만 3타를 잃으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는 거센 바람과 약해지는 스스로와 싸우며 다시 집중했다.
리더보드를 계속 확인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은 그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되 샷 하나하나에 집중하려 했다. 물론 긴장도 있었다. 겉으론 차분해 보였지만 심장은 계속 뛰고 있었다"고 웃었다.
이민지는 2021년 에비앙 챔피언십, 2022년 US 여자오픈에 이어 이번 KPMG 챔피언십까지 세 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셰브론 챔피언십과 AIG 위민스 오픈에서는 아직 트로피가 없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오는 7월 10일, AIG 오픈은 7월 31일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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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가 23일 LPGA 투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고 감격해 하고 있다. [사진=LPGA] |
이민지는 "일단은 다음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이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명예의 전당 입성, 그게 내가 골프를 시작한 이유이자 지금도 LPGA 무대에서 뛰는 이유"라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이민지는 이날 2023년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무려 1년 8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11승을 거뒀다. 긴 침체의 원인은 퍼팅이었다. 한때는 상금랭킹 43위까지 밀리며 슬럼프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정확한 중장거리 퍼트에 비해 2m 안팎의 짧은 퍼트를 자주 놓치며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다. 지난해 US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선 짧은 퍼트를 잇달아 놓치며 역전패를 당했다.
이민지는 "그동안 내 퍼팅에 대해 많은 말이 있었고, 솔직히 나도 많이 흔들렸다.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선택한 것이 바로 빗자루 모양의 브룸스틱 퍼터. 손을 거의 쓰지 않고 몸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스트로크하는 이 방식은 그에게 새로운 활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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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가 23일 LPGA 투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브룸스틱 퍼터로 퍼팅을 하고 있다. [사진=LPGA] |
"브룸스틱 퍼터를 쓰면서 손동작이 줄어들고 훨씬 자유로워졌다. 과도한 생각도 덜 수 있었고, 그게 큰 도움이 됐다"며 "처음엔 의심도 있었지만 결국 효과를 봤다. 나를 더 믿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10승이 기쁨이었다면, 이번 우승은 '회복'이다. 의심을 딛고 나 자신을 되찾은 기분이다. 그래서 이번 우승이 더 자격 있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날 우승 현장에는 어머니가 함께했다. 동생 이민우는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호주에 있는 아버지는 중계방송을 보며 함께 기뻐했다. 이민지는 "부모님은 정말 많은 것을 희생하셨다. 그들 앞에서 우승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어 PGA 기대주로 떠오른 남동생에 대해 "성격부터 경기 스타일까지 정반대다. 나는 루틴과 안정, 민우는 자유와 창의성을 중시한다.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고 소개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