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곽종근이 상부와 회의 중 지시 받았는지 알 수 없어"
'대선 결과'·'특검법' 관련 질문에는 묵묵부답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회에 출동했던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병력들에게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특전사 간부 증언이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특전사령관이 상부와의 회의 중에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저는 알 수 없다"며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9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6차 공판에서 이상현 전 특전사 1공수여단장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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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ㆍ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06.09 photo@newspim.com |
이 전 여단장은 비상계엄 당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계엄군을 지휘한 인물로,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지난 2월 중앙지역군사법원에 기소됐다.
지난 5차 공판에 이어 재차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여단장은 이날 오후 재판에서 "(곽 전 사령관이) '대통령이 도끼로라도 문짝을 부수고 끄집어 내오래'라고 했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도 대통령 지시를 언급한 적 없다고 부인하고, 박정환 특전사 참모장도 (대통령 지시가) 없었다고 진술하는데 대통령 지시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지적에 이 전 여단장은 "정확히 들었다"며 "사령관의 목소리까지도 기억한다"고 맞받았다. 박 참모장은 비상계엄 당시 곽 전 사령관을 바로 옆에서 수행한 인물이다.
앞서 이 전 여단장은 이날 오전 진행된 재판에서도 "곽 전 사령관이 상부와 화상회의를 했다고 말한 걸 들었고, '문을 부숴서라도 들어가고 안되면 전기라도 끊으라'는 지시를 누가 했는지 물었더니 '대통령'이란 답을 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냥 '상부'라고만 들었으면 누군지도 모르는데 저 지시를 대통령이 한 거였다고 진술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여단장의 증인신문이 종료되자마자 "증인한테 질문할 건 아니고 재판관께서 현실에 대해 조금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한 말씀만 드리겠다"며 운을 뗐다.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특전사령관이 상부와의 화상회의 중에 (의원을 끄집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저는 알 수 없다"며 "국방부 지휘통제실 화상회의는 계엄 선포 직후 전국의 지휘관들에게 (국방부) 장관이 당부하는 얘기를 하고, 끝날 때 '수고했다'는 장관의 덕담 때만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여단장이 '곽 전 사령관이 화상회의 중에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했다'는 취지로 증언하자 윤 전 대통령이 '곽 전 사령관에게 지시를 전달할 화상회의는 열린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또한 군에서 '상부'가 '대통령'을 의미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여단장은) 상부는 대통령을 말한다는데, 저건 명백히 거짓말"이라며 "군에서 통상 상부는 합동참모본부, 국방부까지"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직접 발언한 건 지난 4월 2차 공판 이후 처음이다.
다음 7차 공판은 오는 16일 열린다. 이날 공판에선 김철진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이재식 합참 전비태세검열차장(육군 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제21대 대선 이후 처음으로 재판에 참석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대선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나', '거부권을 행사했던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라는 취재진 질문 등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등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는 12일 소환조사를 통보한 것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우선 정당한 공무집행이 없었고, 대통령은 거기에 대해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라며 "그런 사실을 갖고 조사한다는 건 성립될 수 없다"고 밝혔다. 출석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