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5월 중 이란의 핵 시설을 독자적으로 공격하려 했지만 자신이 이를 막았다는 내용을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을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은 "전화 한 통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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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2.07 mj72284@newspim.com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제닌 피로 워싱턴DC 임시 연방 검사장 취임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미국이 이란과 협상하는 동안에는 이란을 공격하지 말라고 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이 나오자 "솔직히 말하자면 (보도 내용이) 맞는다. 우리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매우 근접했기 때문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지금 그렇게 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과) 매우 좋은 논의를 하고 있고… 폭탄 한 방 떨어뜨리지 않고 신뢰가 아닌 검증에 기반한 매우 강력한 문서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입장은 지난달 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이란과 핵 협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하자 크게 놀랐고 귀국 후에 이란에 대한 타격을 본격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란 핵 시설 공격을 준비해 온 이스라엘에게 이란에 대한 공격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결정도 통보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이란의 주요 방공망을 무력화했고, 이란의 대리 세력인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가자지구의 하마스, 이스라엘 전투기의 공격 루트에 있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지금이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란의 이런 취약성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공격을 더 늦추면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상을 자신의 최대 외교적 업적 중 하나로 만들기 위해 협상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만의 거래를 너무나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거래를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체결한 거래보다 더 강력하다고 주장하며, 이란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유지하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어떠한 형태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으며 모든 핵관련 시설은 해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일한 '좋은 거래'는 이란의 방대한 핵 시설의 '모든 인프라'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5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의 아랍 3개국 순방 직전에 이란 핵 시설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신호를 트럼프 행정부에 보냈다. 미 정보당국도 이스라엘의 공격 준비 정황을 포착했다.
이 무렵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22일 '격렬한' 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군과 정보 기관에 공격 준비를 명령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으며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NYT는 지난달 "이스라엘이 5월 중에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할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대신) 협상을 지지하며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이날(28일)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협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주요 핵 농축 시설을 공격해 협상을 좌초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재차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할 수 없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을 둘러싼 갈등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에 최소한 한 차례 이상의 긴박한 전화 통화가 이뤄졌고, 최근 며칠 동안에는 양측 고위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회동을 했다"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이스라엘이 7시간이면 공격 태세를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이 경우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해 공격 결정을 철회시키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을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심지어 이란과의 핵합의가 타결되더라도, 공격은 실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NYT는 "미국의 정보 관리들은 미국의 지원 없는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타격이 거둘 효과에는 회의적이지만,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란이 반격하면 미국은 결국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