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공약에서 '인구부 신설 제외'
김문수 후보는 인구청년가족부 신설 제안
인구청년가족부, 인구부보다 범위 확대해
출생률 반등 안심 일러…'컨트롤타워' 필요
부처 간 업무 조정·권한 강화 대안 제시해야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 신설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30일 21대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집에 따르면, 인구부 신설에 관한 내용은 빠져있다.
◆ 인구부 신설 뺀 이재명 후보…김문수 후보, 인구청년가족부 신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정부 조직 개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향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 기능을 분리하고,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해 총 11개의 정책 공약을 내세웠지만, 인구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은 인구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인구청년가족부' 신설 계획을 밝혔다. 기존 인구부보다 정책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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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인구부는 출생률이나 고령화처럼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인구청년가족부는 중장기 인구 전략 수립을 넘어 가족, 청년 등 인구와 관련된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출생률이 낮아지는 근본적인 원인부터 살펴보자는 취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보면 키우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저출생의 이유가 청년 문제로 연결되니까 청년 대책도 같이 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인구부보다 권한도 강화될 전망이다. 인구부는 인구 관련 전략 기획과 예산 배분·심의 권한 역할을 맡고 구체적인 사업은 각 부처가 맡는 구조다. 반면 인구청년가족부는 기획뿐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정무 장관 부활은 흐지부지됐다. 인구부는 부총리급 조직으로, 정부와 국회의 불통을 해소하기 위해 정무 장관직 부활을 예고했다. 반면 인구청년가족부는 부총리가 맡을지, 정무 장관이 주도권을 잡을지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
◆ 전문가, 저출생·고령화 컨트럴타워 필요성 강조…부처 조정·권한 구체화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공약에서 인구부에 대한 여야 공감대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저출생·고령화 대응이 심각한 상황에서 사회시스템의 개편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나와야 하는 데 오히려 역행했다는 것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주당은 인구부 추진에 동의했는데, 공약에서 쏙 빠졌다"며 "이 후보가 제시한 성평등가족부는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차라리 인구부를 신설해 그 안에서 논의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대 교수도 "출생률이 반등했어도 긴장을 풀 상태는 아니다"며 "지난 정부에서 고민했던 여러가지 논의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오히려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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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어떤 형태라도 인구 구조에 대해 대응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산 고령화 관련 정책을 총괄하지만 예산은 기획재정부, 사업 추진은 각 부처가 맡아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려면 거버넌스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제시했다. 홍 교수도 "기획만 하다 보면 똑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에 대한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김 후보가 제시한 인구청년가족부의 방식도 나쁘지 않지만, 대선 후보들이 부처 간 업무 조정에 대한 해법부터 제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인구 문제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려면, 회의 체계를 명확히하고, 업무 처리방식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봤다.
최 교수는 "정무 장관을 굳이 새로 임명할 필요는 없다"며 "부서를 넘어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지, 어떤 식으로 정책을 모으고 어느 분야에 힘을 더 줄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더 중요하다. 구체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이번 대선이 급하게 돌아간 만큼, 정책에 대한 구체성이 선거전에서 잘 보이지 않더라도 출범 후 잘 고민해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