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경기침체 부담에 비상경영 선언한 철강사들
제조업 공약이 탄소중립·지역에 치중돼 있어 한계 지적
전용 R&D 기금 마련, 설비 도입 운영비 지원 등 필요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경기침체와 미국발 관세에 더해, 탈탄소 전환 요구까지 겹치면서 국내 철강 기업들은 설비 가동을 중단하거나 판매를 접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새 정부의 제조업 공약은 대부분이 지역이나 기후 공약에 포함돼 있어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속가능한 산업 전환을 위해선 탄소중립과 R&D에 대한 단순 선언을 넘어 철강을 포함한 기반 산업 전반에 대한 전략적이고 통합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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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제철소 후판공장 고망간(Mn)강 생산공정. [사진=포스코홀딩스] |
◆탄소중립·기후 공약에 포함된 제조업과 철강
지난 3일 21대 대통령 선거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회원 기업의 의견을 모아 정책 제언집을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경제단체는 지속가능한 제조업 생태계를 위해 탄소중립과 R&D 강화를 핵심 지원 영역으로 꼽았다. 제언집은 특히 탄소배출 감축 효과가 큰 업종에 대해 정부의 직접적인 투자비 지원과 탄소중립 기술 개발을 위한 전용 R&D 기금 마련, 저탄소 설비의 조기 도입을 위한 운영비(OPEX) 지원제도 도입 등을 촉구했다.
제언집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산업 부문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은 국가 총 배출량의 36% 가량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철강과 석유화학이 대표적인 고탄소 배출 업종이다. 특히 철강은 국내 생산의 70% 이상이 여전히 석탄 기반의 고로(용광로)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탄소중립 전환에 막대한 설비 투자와 기술 혁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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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열연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광양제철소] |
◆업계 "재정지원 로드맵·美 보호무역 대응 전략 구체화 필요"
문제는 업계가 이러한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줄면서 다수 철강사는 생산을 일시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50% 이하로 줄이는 등 위기 대응에 나섰다. 각 사별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조단위의 돈을 투자해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섰고 포스코그룹은 현대제철과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는 포항 등 철강산업 중심 지역을 대상으로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 지정 ▲이차전지 공급망 육성 ▲수소환원제철 기술 지원 등을 공약한 바 있다. 또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과 환경부의 기후 기능을 통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철강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재정지원 로드맵이나 미국 등 글로벌 보호무역 대응 전략 등은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 3월부터 적용된 미국발 철강 관세에 대한 전략도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포스코그룹 노동조합 연대는 최근 성명에서 "철강산업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철강산업을 겨냥한 정부 정책은 산업정책이라기보다는 환경정책에 가깝다"며 "그린 철강소재 개발에 대한 보조금, 차세대 제철소 육성 정책 등 보다 포괄적이고 산업 중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