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전국 3.3㎡당 분양가 2.1배 상승…서울은 2.4배 올라
6월 '제로에너지 의무화'·9월 '건축비 인상'…분양가 우상향 '불가피'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지난 10년간 전국 아파트 분양가가 두 배 넘게 오른 가운데,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의무화 등으로 하반기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예고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8일 부동산R114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2015~2024년)간 전국 민간분양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15년 988만원에서 2024년 2066만원으로 2.1배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3.1배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대전(2.5배), 서울(2.4배), 광주(2.4배), 울산(2.2배)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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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승세는 올해 5월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 5월은 분양 성수기이지만, 올해는 조기 대선 여파와 가격 부담이 맞물리면서 관망세가 짙어졌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공공분양 단지에만 청약 수요가 몰렸다.
실제로 지난 22일까지 청약을 진행한 전국 15개 단지 중 공공분양 4곳은 모두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민간분양 11곳 중에서는 서울 구로구 '고척푸르지오힐스테이트'만이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분양가 상승 압력은 하반기에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6월부터 30세대 이상 민간 아파트에 대해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ZEB 인증은 에너지자립률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로, 민간 아파트는 5등급(에너지자립률 20~40% 미만) 기준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추가적인 친환경 설비와 자재, 기술 등을 적용해야 하므로 초기 건설 투자비용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인상이 예상된다.
오는 9월에는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토교통부의 기본형건축비 정기 고시도 예정돼 있다. 기본형건축비는 공사비와 건설현장 안전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2020년 9월 이후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보여왔다.
분양가 상승은 건설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건설원가 상승은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고분양가는 미분양 리스크를 키우기 때문이다. 2024년 말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매출 대비 원가율은 92.98%에 달하며,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7만173가구 수준이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새로운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분양을 미뤄온 단지들이 본격적으로 공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분양가 추가 인상이 예상되면서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가격 부담 심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