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 2조로 낮춰 예비입찰 참여 의사 타진
MBK 인수 후 롯데카드 외형확장 전략이 '독'
"대주주 리스크, 딜에 전반적인 영향 불가피"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가 롯데카드 매각 작업에 재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첫 매각 실패 당시인 2022년과 비교해 대주주인 MBK 리스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계열사에 대한 MBK의 공격적이고 무리한 경영 전략이 되레 롯데카드 매각 작업에 '독'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UBS는 최근 국내외 주요 전략적투자자(SI) 및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투자안내서를 배포하고 예비입찰 참여 의사를 타진 중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MBK가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를 통해 보유 중인 롯데카드 지분 59.8%다.
MBK가 기존 3조원이던 희망 매각가를 2조원 수준으로 낮췄지만, 지난 2019년 롯데카드 인수 이후 추진한 공격적인 외형 확장 전략이 부메랑이 돼 이번 매각 작업에 변수가 되고 있다.
MBK가 대주주가 된 이후 롯데카드 총자산은 두 배 가까이 불어났지만 리스크도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인 '팩토링 대출'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팩토링대출은 8598억원으로 2022년 이후 연평균 40%씩 성장했다. 3월 말 기준 롯데카드의 팩토링 대출 잔액은 약 6823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에 앞서 롯데카드가 보유한 786억원의 팩토링 채권에서는 연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롯데카드의 구매전용카드대금 자산은 2989억원으로 전업 카드사 중 가장 많다.
이를 반영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카드에 대해 '경고음'을 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롯데카드와 관련해 "성장의 후유증과 내재된 위험이 발현되고 있다"며 "신용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기평은 "개인 소매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온 카드업권에서 거액 부실 발생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카드사의 새로운 자산 확장이 구조적 위험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뉴스핌DB] |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는 MBK파트너스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홈플러스와 롯데카드에서 부당 내부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롯데카드가 같은 계열사인 홈플러스에 기업 전용 카드 거래 조건을 더 유리하게 적용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MBK식 공격적인 외형 확장 경영과 홈플러스 사태 등을 둘러싼 대주주 리스크가 롯데카드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매수자의 사업 계획, 금융법 위반 여부 등이 심사대상이다. 롯데카드의 현 대주주인 MBK가 심사 대상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의 심사 기조 등이 다방면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홈플러스와 롯데카드의 부당 내부거래 여부, 롯데카드 부실채권 규모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국이 롯데카드 매각과 관련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롯데카드가 최근에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카드가 대주주와 그 계열사 등에 제공한 신용공여가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만약 홈플러스 등 계열사가 무너지게 되면 롯데카드가 부실채권을 떠안아야 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매각사 대주주의 건전성 등을 심사하지는 않지만 대주주 리스크가 딜(Deal)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MBK는 2019년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일부 지분을 우리금융지주와 롯데쇼핑 등에 매각하고 현재는 지분 59.8%를 보유 중이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