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의심", "재판부가 정치재판으로 만들어"
법조계 "피고인들 반성 없는 태도, 형량 가중"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지난 1월 발생한 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일부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재판부가 정치적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거나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형량에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에서는 피고인들의 법정 태도가 양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부장판사 출신 김진현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피고인이 재판부를 비판하거나 억울하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전가하면, 그건 전형적인 반성 없는 태도로 평가돼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진지한 반성'은 재판 감형 기준이다. 진지한 반성은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 피해 회복 또는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여부 등을 조사, 판단한 결과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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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 유리창과 벽면이 파손되어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유리창을 깨고 집기를 훼손하는 등 난동을 부려 경찰이 강제진압에 나섰다. [사진=뉴스핌 DB] |
◆ 피고인들 재판정서 공개 반발…"너무 정치적", "공정성 의심돼"
하지만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법에서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우현) 심리로 진행된 서부지법 사태 공판에서 일부 피고인들은 재판부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피고인 유 씨(여)는 "서부지법 재판을 정치재판으로 만든 건 서부지법 재판관들"이라며 "정윤석만 불구속하고 나머지는 모두 구속됐다. 구속 시점부터 너무나 정치적이다. 좌파는 불구속, 우파는 구속이다. 저희 주장이 잘못됐냐"고 힘주어 말했다.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 씨는 서부지법 난동 당시 취재를 위해 현장에 갔다가 체포됐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어 유 씨(여)는 "재판 과정이 아무리 억울하다고 외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며 "정윤석이 불구속이면 우리도 불구속이다. 재판장 법과 양심에 따라 하루속히 불구속해달라. 그래야 공정 재판이고 정당성 있는 재판"이라고 했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특임 전도사로 알려진 이 모 씨(남)는 "내가 특수건조물 침입이라면 JTBC 기자와 정윤석도 구속 재판해야 한다"며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전 모 씨(남)는 "서부지법에서 재판받는 것 자체에 회의가 있다"며 "보석도 계속 기각돼 의구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피고인 유 씨(남)는 "시위하다 보면 들어가선 안 될 곳 들어갈 수 있고 잘못은 처벌받아야 하지만 4개월째 구속이 세계적으로 있는가.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잡아달라. 젊은 청년의 간절한 부탁"이라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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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가담자들에 대한 재판 절차가 시작된 3월 10일 오전 피고인들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법무부 호송버스가 서부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 "재판부 비판, 감형 아니라 가중 사유"
이런 발언과 태도로 볼 때, 이들에 대한 형량은 지난 14일 서부지법 난동 사태 관련 첫 선고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밝힌 김 모 씨(징역 1년 6개월)와 소모 씨(징역 1년)에 비해 더 무거워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검사 출신 조주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재판에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 양형을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증거가 명백한 상황에서 혐의를 부인하면 반성을 안 한다는 것이지 않냐"고 말했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도 "반성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형량이 같으면 되겠냐"며 "경향적으로 (반성하지 않으면) 형량이 높게 나타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는 감형 요소지만, 행위 자체를 부인하거나 재판부를 비판하는 태도는 오히려 가중 사유가 된다"며 "피고인이 법원을 상대로 한 범죄에서조차 재판부를 비판하는 건 재판부 입장에서도 좋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