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내용 대한 청문회, 삼권분립에 어긋나"
민주당 "청문회 사법행정 관한 것"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카드'까지 꺼내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입법부가 사법부 독립을 흔든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은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등 청문회 출석 요청을 받은 법관 16명 모두 '청문회 출석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재판에 관한 청문회에 법관이 출석하는 것은 여러 모로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대법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사법부 독립 침해를 우려한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조희대 청문회, 재판내용? 사법행정? 애매한 경계
과거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에 출석한 사례는 있지만, 현직 대법원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전례는 없다. 대법원장을 비롯해 법원에 소속된 법관들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독립성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 |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스핌DB] |
국회법 제65조 청문회 관련 내용에 따르면 위원회는 중요한 안건의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부터 증언·진술을 청취하고 증거를 채택하기 위해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조희대 대법원장을 청문회를 부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청문회의 목적이 특정 재판과 관련된 사항이고, 그 재판을 심리한 판사를 불러 내용을 물을 경우 법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어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에 따르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해야 한다. 이 조항은 사법권 독립의 핵심 조항으로 법관이 외부 압력이나 간섭 없이 헌법과 법률, 그리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법적으로 법관의 인사와 신분, 판단에 대한 외부 간섭으로부터 보호해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서 청문회를 통해 재판 내용이 아닌 사법 행정의 문제를 따지겠다고 강조한 이유도 바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청문회를 열겠다는 취지를 피력하기 위해서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KBS1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를 통해 "재판을 유죄, 무죄로 했는지 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는지라는 점을 물어본다면 재판 내용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게 아니라 그동안 법사위에서 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참석하게 한 건 사법 행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 왜 재판을 전원합의체에서 처리했고 왜 이렇게 특정 사건들과 다른 사건들의 처리 기준이나 처리 기한 이런 것들이 다른 지, 이런 사법 행정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당연히 출석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민주당 쪽 설명에도 법조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대선국면에 야권 대헌 후보에 대한 대법원 재판 사항에 대한 청문회가 재판 내용 문제제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 내용에 대한 것은 사법권 독립의 핵심으로 심급 절차 안에서 다퉈야지 청문회에서 재판 내용을 건드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면서 "삼권분립에선 재판 내용에 대한 압박을 가하면 안 된다는 대원칙이 있고, 그것이 깨지는 선례를 남기는 순간 법관들은 눈치를 보면서 재판을 하게 되고 결국 손해는 국민이 보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조희대 특검? 법조계 "권력분립 붕괴" vs "사법행정 의혹해소"
![]() |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 DB] |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12일 발의한 '조희대 특검법' 역시 같은 맥락 하에 삼권분립에 어긋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사법 행정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단 시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 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강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조희대 특검법)'을 제출했다.
이 의원은 제안 이유에 "전원합의체 회부 후 단 9일 만에 파기환송 편결이 이뤄지는 등 이례적인 속도로 진행됐다"면서 "법률심인 대법원이 사실심의 영역까지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헌법재판연구원장)는 "재판 자체가 아닌 사법 행정과 관련된 사안, 예를 들면 제대로 자료를 재판관들에게 나눠줬는지 등과 같은 사법 행정에 밝혀지지 않은 의혹은 특검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대법원의 '이재명 사건' 파기환송 관련)판결은 전혀 예전에 없던 방식으로 이뤄졌고, 재판이란 이유로 거기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위법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차진아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특검을 한다면 범죄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어떤 범죄 행위인지, 또 무엇을 수사하겠다는 지도 알 수 없는 특검"이라면서 "민주당에선 자신들에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대법관 전원을 국회 앞에서 무릎을 꿇리려고 하는 것인데, 이 역시 권력 분립을 붕괴시키고 사법부 독립을 전면적으로 뒤집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