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선호도 조사 강행...김문수, 가처분 신청
법적 분쟁에 교체 쉽지 않아...일각서 등록 포기론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홍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당 지도부는 후보 교체 카드를 꺼냈고 김문수 대선 후보는 법원에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을 신청했다. 자칫 법원이 후보를 결정하는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
지도부와 김 후보의 극단적인 대결로 대선 준비는 아예 시작도 못한 극한 상황은 침몰하는 타이타닉을 연상케 한다.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후보 교체론에 단일화 포기론, 후보 미등록 시나리오, 한덕수 예비 후보를 위한 신당 창당론 등이 뒤엉키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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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예비 후보가 8일 오후 국회 사랑재 카페에서 공개회동을 하고 있다. 2025.05.08 choipix16@newspim.com |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다. 당권을 겨냥한 무리한 단일화 시나리오가 몰고 온 비극적 결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대선을 포기하고 당권 투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 후보 교체론 =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친윤인 쌍권이 당내 반발에도 이를 밀어붙일 태세다. 권 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틀 안에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시켜 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오늘부터 당 주도의 단일화 과정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김 후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9일까지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실시해 각각 50%씩 반영해 김·한 후보 중 최종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후보 교체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당헌 제74조의 2의 특례 규정이다. 이 조항은 '대통령후보자의 선출 규정에도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는 대통령후보자선출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후보자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를 근거로 여론 조사 결과에서 한 후보가 높게 나오면 후보 교체를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다수설은 이 조항은 선거 전 상황을 규정한 것으로 후보 선출 이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후보 선출 이후 상황은 '상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지다.
나경원 의원은 이 조항에 대해 "대선 후보자 선출의 여러 규정에 대한 예외를 정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예컨대 당 대표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면 1년 6개월 이전에 사퇴해야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위한 예외 규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나 의원은 "이미 우리 당의 경선 절차가 완료돼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되고 당선 공고까지 된 이후, 후보자를 교체하는 것까지 규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74조의 2를 아무리 확대해석해도 그렇게까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는 법치주의와 당의 민주적 절차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으로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은 "무리한 방식으로 당헌·당규 명시가 안 된 것을 확대 해석하면 안 된다"고 했고, 주호영 의원도 "김 후보가 가처분을 내면, 우리가 아예 후보를 못 낼 수도 있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미 법원에 대선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개최 중단 가처분도 제기된 상태다. 따라서 지도부가 이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책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 후보 단일화 포기론 = 양측 갈등이 법적 시비로 번지자 단일화를 포기하고 김 후보를 중심으로 빨리 대선 체제에 돌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강제로 단일화를 추진했다가 법적인 문제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자는 것이다.
나경원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위기 상황에 우리 당은 스스로 당헌·당규마저 저버리며 최악의 경우 우리 후보를 내지 못할 수도 있는 자멸적인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가고 있다"며 "어제 의원총회에서 강제적 단일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많은 의원이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7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몇몇 의원들은 "그냥 김문수로 가자"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당내 최다선인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는 당에서 우리가 선출한 후보인데 지도부는 후보에 대한 존중심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무능한 지도부는 빨리 사퇴하는 게 맞다"고 지도부 사퇴론을 제기했다.
당내 친윤 그룹이 아닌 비주류를 중심으로 지도부의 후보 교체 카드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당내 경선에 참여했던 의원들도 나 의원과 비슷한 입장으로 전해졌다.
◆ 후보 미등록 시나리오 = 당 일각에선 단일화 결렬 시 김 후보를 당 대선 후보로 등록하지 않는 방안도 거론된다.
당 지도부가 김 후보와 극단적인 대결을 벌이다 결국 후보 교체에 실패할 경우 후보 등록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와 김 후보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김 후보는 당무 우선권을 앞세워 "당 지도부는 단일화에서 손을 떼라"고 했고, 권 원내대표는 "알량한 후보자리를 지키려 한다. 한심하다"고 직격했다. 단순한 공방을 넘어 감정 싸움으로 비화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당이 공천을 했으나 후보가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 등록을 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대선 승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최악의 경우 후보 등록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몇 달 전까지 집권 여당이었던 당에서 대선에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당의 존재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의원들 대다수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 신당 창당론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당 소속 의원 20명이 탈당해 제3지대에 새로운 당을 만들고, 한 예비후보를 영입한 이후 김문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를 재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 20명 이상이 탈당해 제3지대에서 한 예비후보를 대선 후보로 추대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호 3번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김 후보가 역제안한 당대당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20여 명은커녕 몇 명도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누가 이런 상황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탈당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명분도 없다. 한 후보는 이미 11일 전 단일화가 안 되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기서 의원들이 탈당해 한 후보를 지원하면 '당이 한 후보를 돕고 있다'는 김 후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모양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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