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교황청 대사 이백만이 들려주는 교황 방북 프로젝트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별난 한국 사랑 이야기도 담아
바티칸에서 보낸 드라마틱한 3년의 외교 기록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이백만 전 주 교황청 한국 대사가 최근 펴낸 저서 '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 (메디치미디어)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프로젝트에 얽힌 비화를 공개했다.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문 열기 속에서 출간된 이 책은 문재인 정부의 주 교황청 대사였던 저자가 방북 프로젝트와 교황의 유별난 한국 사랑 등에 대해 썼다.
![]() |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 [사진 = 메디치미디어] 2025.04.25 oks34@newspim.com |
2018년 교황청은 저자에게 북한과의 직통 창구를 주선해 줄 것을 은밀히 요청했다. 몇 달 뒤 북한이 교황청 종교 행사에 고위 외교관을 보내왔다. 그곳에서 긴밀한 협의가 오갔다. 외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교황의 북한 방문은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북한은 가톨릭 사제가 한 명도 없는 '가톨릭 황무지'라는 점이었다. 교황은 원칙적으로 사제가 없는 나라를 방문하지 않는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가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구체적으로, 교황청은 북한 측에 선교의 자유를 허용하라는 말은 명시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교사에 걸맞는 대우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가톨릭 공동체의 법적 지위 확보 ▲교황청이 인정한 신부의 미사 집전 허용 ▲가톨릭 신자의 자유로운 미사 참례 ▲모든 종교범 석방 ▲종교 단체의 인도적 지원 허용 등 5개의 요구 조건도 제시해 선교 자유의 명분을 확보하려 했다. 또, 교황청은 평양교구 주교좌성당, 베네딕토회 덕원수도원 등 분단 이전의 북한 소재 가톨릭 시설의 복원도 추진하는 계획도 세웠다.
결국 "소노 디스포니빌레(sono disponibile·나는 갈 것이다)"라는 교황의 이 한마디가 한반도를 뒤흔들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에 대한 승낙의 메시지였다. 한반도와 세계에 평화의 빛이 한 줄기 나타났던 순간, 거의 성공에 다다랐던 교황의 방북 계획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19년 트럼프와 김정은의 '하노이 노 딜'로 인해 모든 논의가 중단된 것이다. 그러나 교황은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기도해 왔다. 교황은 한국에 관한 일이라면 어떤 민원도 들어주었고, 중요한 이벤트마다 축하와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저자는 비록 교황은 떠났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교황 방북 프로젝트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백만 대사는 2027 가톨릭 세계 청년 대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이 그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불가능해 보이는 교황 방북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 애썼던 열정적인 기록이자, 트럼프 2기를 맞이한 지금 불투명해 보이는 국제 관계에 대한 명철한 전망이다. 값 2만 2천 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