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와 관세 불안 지속되며 금 가격 지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 관련 보도를 소화하며 15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보합권에 머물렀다. 불확실한 정책을 바라보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더욱 강화돼 금 가격은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장보다 배럴당 20센트(0.3%) 내린 61.33달러에 마감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6월물은 전장보다 배럴당 21센트(0.3%) 하락한 64.67달러에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했지만,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미국은 중국과 여전히 대립각을 이어가는 상황으로,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먼저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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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에너지 컨설팅 업체 겔버 앤 어소시에이츠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미 행정부는 전자제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했다가 곧 임시조치라고 번복하고, 동시에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관세 조정 방안도 발표하는 등 여러 모순적인 정책 변화를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우려 탓에 2025년 전 세계 원유 수요 증가율이 최근 5년 중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마찬가지로 UBS, BNP파리바, HSBC 등 여러 투자은행들도 원유 가격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UBS의 애널리스트 지오반니 스타우노보는 "무역 전쟁이 더 심화될 경우, 미국의 심각한 경기침체와 중국의 경착륙을 포함한 하방 리스크 시나리오에서는 향후 수개월 간 브렌트유가 배럴당 40~60달러 수준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HSBC 홀딩스는 보고서에서 "2025년 원유 시장의 공급 과잉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요 둔화와 OPEC+의 예상보다 빠른 증산이 맞물리면서, 몇 달 전 우리가 전망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의 공급 과잉이 2025년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역 갈등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면서, 특히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의 에너지 수요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에 유가는 이달 들어 약 10달러 하락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등에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25% 관세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점은 유가를 일부 지지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 시추를 장려하는 친오일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석유 생산이 2027년 하루 1,400만 배럴로 정점을 찍은 뒤 2030년대 후반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다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 가격은 불확실한 관세 계획으로 인한 안전자산 수요 증가와 전반적 달러 약세 여파로 상승했다.
뉴욕 상품 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6월물은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날보다 0.4% 상승한 3240.40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한국시간 기준 16일 오전 2시 47분 전날보다 0.6% 오른 3230.18달러를 기록했다.
킷코 메탈스 수석 애널리스트 짐 위코프는 "금 시장을 움직일 다음 주요 펀더멘털 재료를 시장이 기다리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상승 추세다"라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는 보고서에서 "금 가격 상승은 달러 약세와도 관련이 있다"며 "이는 미국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많은 달러 투자자들에게 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적인 통화정책 전망 또한 금값을 추가로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3년래 최저 수준에 근접하면서, 다른 통화를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금이 더 매력적인 자산이 되고 있다.
시장은 1월 금리 인하를 멈췄던 연준이 6월부터 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올해 총 100bp(1bp=0.01%p)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16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설에서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한 단서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