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사람이 기계를 발명했고/ 이제는 기계가 사람을 발명하고 있다.// 성부는 발전기요/ 성자는 말하는 라디오요/ 성령은 그 모두를 계속 작동시키는 가스다.' - '사람과 기계' 일부.
D.H. 로렌스는 오랫동안 정신을 강조해 온 서구 사회에서 억압되고 금기시된 몸, 성애, 동성애까지 솔직하고 깊이 있게 탐구한 작가다. 인간의 성적 본능을 탐구한 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발표하면서 외설 작가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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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D.H. 로렌스 시선집 '생기의 잔물결'. [사진 = 소명출판] 2025.04.15 oks34@newspim.com |
그는 소설가이기에 앞서 현대 영미 시의 발전에 이바지한 이미지즘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시인이다. 10여 권의 시집을 냈는데, 초기 시집들에서는 주로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후기 시집들에서는 사회 비판과 죽음에 대한 명상이 도드라진다. 로렌스가 시를 통해 보여주는 사랑은 그의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플라톤적 사랑이 아니라 극히 에로스적인 사랑이다. 표현이 매우 직접적이고 사실적이며 감각적이다.
로렌스는 인간의 과학기술이 인간, 인간의 찬란한 문명, 대자연과 자연의 숱한 생명체들까지 무자비하게 파괴한 제1차 세계 대전을 몸으로 살았던 작가다. 그래서 그의 소설들과 시들에 편재해 있는 생철학, 원시주의, 자연에 대한 관점과 관심, 사회 비판적인 요소들은 불가불 그런 역사의 무섭고도 끔찍한 흐름에 대한 작가의 반응이자 대처였다. 특히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에 나온 그의 시집 '거북이'와 '새, 짐승과 꽃'은 그 자체가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생태계의 보물창고다. 시선집 '생기의 잔물결'은 로렌스의 시적인 역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소명출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