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이미선 후임 재판관에 이완규 함상훈 지명
강력 반발하지만 실효성 없고 한 띄워줄까 우려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달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도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후임자를 지명한 것은 사실상의 도발로 여겨질 수 있다. 특히 대행의 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적법성 논란도 큰 상황이다.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은 "내란 동조 세력의 헌재 장악 시도로 원천 무효"라며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후임자 임명을 총력 저지하기로 했지만 그간 30번이나 사용한 탄핵 카드는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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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사진=총리실] |
◆ 한 대행은 재판관 후임자 지명 강행 = 한 대행은 지난 8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헌법재판관 임명은 제가 가장 깊이 고민한 현안 중 하나였다"며 "오늘 내린 결정은 그동안 여야는 물론 법률가, 언론인, 사회 원로 등 수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숙고한 결과로 제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음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한 대행은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되어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 추경 준비, 통상 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법제처장과 함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각각 검찰과 법원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았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고 설명했다.
◆ 민주당 강력 반발 =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오전 속행 공판에 출석한 뒤 취재진을 만나 "한 대행이 자기가 대통령이 된 걸로 착각한 거 같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법재판소 구성은 선출된 대통령, 선출된 국회가 3인씩 임명하고 중립적인 대법원이 3인을 임명해서 구성하는 것"이라며 "한 대행에겐 그런 권한이 없다. 오버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내란 동조 세력의 헌재 장악 시도로 원천 무효"라며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로 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완규 법제처장은 지난 1월 3일 내란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상태"라며 "비상계엄 다음 날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과 모임을 한 것으로 드러났고 내란 공모 의혹이 짙다"고 했다.
한 대변인은 "이런 사람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수처에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한 수사를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 탄핵 카드 주저하는 이유 = 민주당은 탄핵 카드는 망설이고 있다. 이제까지 30번의 탄핵안을 발의했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당장 탄핵 카드를 꺼낼 상황이지만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한 대변인은 조국 혁신당의 4월 국회 탄핵 주장에 대해 "긴급 최고위원 회의에서 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일단 탄핵에 선을 그은 것이다.
민주당이 탄핵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탄핵의 실효성이 없어서다. 무엇보다 임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태라 탄핵이 한 대행에게는 위협 카드가 될 수 없다. 게다가 한 대행을 탄핵해도 그 후임자가 재판관을 임명하면 그만이다.
그보다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한덕수 대망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한 대행을 대선 후보로 밀자는 얘기가 나온다. 오랜 경제·외교 분야 공직 생활을 거쳤다는 점에서 위기 상황을 극복할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행은 국무총리와 경제 부총리, 주미 대사를 역임했다.
특히 한 대행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통합형 주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안동 출신 '막 산 이' vs 전주 출신 '갓생(모범적 삶을 뜻하는 표현)'"이라고 썼다. 윤상현 의원은 정부서울청사를 방문, 한 대행을 만나 대선 출마를 설득했으나 한 대행은 대선 출마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시간적으로도 사실상 출마가 어렵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에서 탄핵이라는 무리수로 한 대행을 띄워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두 번째 탄핵을 할 경우 한 대행이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여론의 역풍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27일 한 대행을 탄핵했다 지지율 급락 등 거센 역풍을 맞았었다.
leej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