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규제 가능했는데"…토허제 적용에 용산구 주민들 '분통'
"왜 우리가 포함?" 방배동도 반발…장기화시 실수요자 감소 우려"
한달만에 뒤집은 토허제, 신뢰성 훼손…과잉 행정에 피해 지역도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성급하게 푼 결과가 용산으로까지 불똥이 튄 겁니다. 2월 해제로 벌떼 매수가 발생한 것도 문제지만 다시 황급하게 자치구 단위로 규제 지역을 다 묶어 버린 것은 또다른 실각이에요" (용산구 주민 A씨)
서울 용산구 거주자인 A씨는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A씨는 "정책 발표 전에 충분한 고려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인위적으로 수요를 모두 막으려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뿐"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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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지난 19일 서울시가 토허제 확대 지정하자 신규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용산구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사진은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5.03.20 dosong@newspim.com |
서울 용산구 한강삼익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 역시 규제 발표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35년째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B씨는 단지가 너무 낡아 이주를 고려 중이었다. 예상 밖의 규제안 발표에 당일 장바구니를 한 손에 들고 공인중개소를 찾았다고 한다.
B씨는 아파트 재건축이 진행되며 주택 가치 상승이 점쳐지는 데다 최근 용산 평균 매맷값이 오르자 한때 내놓았던 매물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규제 시행 시점인 오는 24일 전에 아파트를 팔지 고심 중이다.
◆ "핀셋 규제 가능했는데"…토허제 적용에 용산구 주민들 '분통'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시가 토허제 확대 지정하자 신규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용산·서초구 주민들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분통을 감추지 못했다. 자치구 세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 시행은 ′막무가내식′ 행정이라는 것이다. A씨는 "아예 용산구 전체가 규제 대상 지역으로 묶일 줄은 몰랐다"며 연신 혀를 내둘렀다.
서울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내 아파트 약 2200곳(총 110.65㎢)을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토허제 적용 지역에서는 전세를 낀 갭투자가 차단되며, 2년 이상 실거주를 조건으로 한 매매만 허용된다.
당국은 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들 자치구는 이미 조정대상 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LTV와 DTI 강화 적용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규제를 받고 있는 곳이다.
이번 규제 강화는 지난 2월 토허제 해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셋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지난 17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5% 뛰었다. 이에 서울 아파트값은 2월 셋째주부터 꾸준히 상승폭을 키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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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용산구는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3구에 맞춰 덩달아 상승세를 탔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토대로 용산구 주요 단지 월간 단위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 아파트 단지는 2월 총 16건의 거래가 발생하며 전달대비 2.5배 이상 뛰었고, 도원동 삼성래미안 역시 9건의 매매가 체결돼 3배 가량 매매량이 상승했다. 한강 대우도 한 달에 1건 정도 거래되던 거래량이 2월에만 8건 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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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가 역시 속출했다. 동부센트레빌은 전용면적 100.8㎡ 주택이 2월 5일 24억5000만원에 최고가로 거래된지 한달도 되지 않아 25억원에 신고가 거래되며 5000만원 가량 가격이 뛰었으며, 전용면적 102.8㎡ 주택은 한 달 만에 1억5000만원이 오른 36억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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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5.03.20 dosong@newspim.com |
그럼에도 용산 일대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토허제 해제 영향으로 거래가 묶여있던 지역에서 넘어온 수요가 매매가격을 올린 것은 맞지만 투기 과열 단지와 실수요자 위주 단지를 구분하지 않고 자치구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오쏘공'(오세훈 서울시장이 쏘아올린 공) 비판 여론을 의식한 과잉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자 C씨는 "투기가 과열되는 지구를 핀셋 규제하는 방안도 있었을텐데 용산구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일대 시장 혼란을 초래하기 마련"이라며 우려했다.
앞선 B씨 사례처럼 토허제 시행 전 급하게 매물을 처리해야 하는 매도자들로 인해 되레 매매가 단기적으로 과열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용산구 부동산업자 D씨는 "토허제 시행 발표 이후 급 매물이 나오지 않겠냐는 문의가 속출하는 중"이라며 "재건축 단지가 모여있는 곳이다 보니 관심도가 높은 상황에서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 "왜 우리가 포함?" 방배동도 반발…실수요자 감소 불가피
용산구와 함께 이번 토허제 확대 시행 구역으로 지정된 서초구 역시 일부 지역에서 난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초구는 지난 2020년 토허제 지정 당시 규제에서 제외돼 신반포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 부동산 플랫폼 다방 조사에 따르면 서초구는 아파트 평(3.3㎡)당 가격이 9285만원을 기록하며 강남구(9145만원)를 앞질렀다. 서초구는 조사된 서울 자치구 중 10년 전(2014년 서초구 평당 가격 3003만원)과 비교해서 가장 가격이 많이 뛰기도(209.2%)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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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 재건축 지역의 모습 [사진 = 뉴스핌DB] |
토허제 해제 이후 신고가 거래도 속출했다. 직방의 분석 결과 올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서초는 10건 중 3건 이상이 종전 최고가를 경신(34%)하며 토허제 인접 지역 특수를 누렸다.
다만 방배동 주민들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던 신반포와 달리 재건축으로 아파트 매매가 많지 않은 방배동도 토허제에 묶인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방배 일대 지역은 지어진지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이 많아 재건축이 한창인 지역이다. 방배 5·6구역은 오는 하반기 완공이 예정돼 있으며, 방배13·14구역 등은 철거 작업 이후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 부동산업자는 "재건축 지역은 투기 관리 지역 내 거래 제한이 있어 애초에 거래 침체 상태"였다며 "갭투자 억제를 목표로 하는 토허제 규제에 묶인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다만 "방배 일대는 실수요자가 많은 지역이라 단기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송파·용산 뿐 아니라 신반포에서도 교육 환경이 좋은 방배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대의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매수 수요가 줄 것이 우려된다"고 부연했다.
토허제 지정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조금은 조급한 시행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조정대상지역과 다르게 동 단위로 적용되는데 자치구 단위로 묶으면 피해를 보는 다른 지역들도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역시 "사유 재산권을 제한하는 규제를 한 달 만에 뒤집어 버리는 것은 신뢰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자치구 단위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규제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충분한 고려가 동반되지 않은 과잉 행정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