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지난 한 해 동안 저원가성예금 1.3조원 유출
금리 인하기에 NIM 하락…4대 은행 평균, 카뱅보다 낮아
카뱅 모임통장 천 만 흥행에 눈독…차별점은 글쎄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저원가성예금이 지난 한 해 동안 감소한데 이어 금리 인하기까지 겹치며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지표가 악화하자 인터넷은행업권에서 흥행한 모임통장 시장까지 발을 들이고 있다. 인기 모델과 우대금리 혜택 등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인터넷은행의 온라인 플랫폼이 가진 강점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말 수시입출금계좌(MMDA)를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예금 잔액은 33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1분기말(333조5000억원) 대비 0.18% 감소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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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수시입출금계좌(MMDA)를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예금 잔액은 1년간 0.18% 감소한 33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같은 기간 10% 이상 증가했다. [사진=뉴스핌] |
저원가성예금이란 금리가 연 0.1% 내외 수준으로 은행으로서는 적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다. 저원가성 예금이 많을수록 예대마진이 늘어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예대마진은 은행이 대출로 받은 이자에서 예금에 지불한 이자를 뺀 나머지 사실상 금융사의 최종적인 수입이 된다.
시중은행의 저원가성예금이 줄어든 이유는 금리 인하다. 금리 인하기에는 운용 수익률이 조달 비용률보다 빠르게 하락하는데, 대출금리는 시장 금리에 따라 빠르게 반응하는 반면 예금금리는 기존에 높은 금리로 모집한 자금이 남아 있어 느리게 하락한다. 이에 따라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NIM은 ▲1분기 1.64% ▲2분기 1.60% ▲3분기 1.55% ▲1.54%로 저원가성예금 규모와 함께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는 카카오뱅크의 지난해말 NIM(2.18%)보다 30%가량 낮은 수치다.
통상 연초에는 예금이 늘어나지만 올해에는 금리 인하와 미국 주식·코인·금 등에 대한 투심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계절적 특수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NH농협은행까지 포함한 5대 시중은행의 올 1월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2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말 631조2000억원에서 한 달 만에 3조8000억원이 빠져나갔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2년 4개월여 만에 2%대로 내려앉은 이달에도 예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시중은행은 인터넷은행의 효자 상품으로 불리는 모임통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11일 'SOL모임통장'을 출시하고 배우 차은우를 모델로 기용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새 뱅킹 앱 '뉴원뱅킹' 출시와 동시에 모임통장 기능을 추가했다. 두 은행의 경우 과거 모임통장을 운영했으나 흥행 부진으로 중단했다가 다시 뛰어든 것이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역시 모임통장을 운영 중이다.
모임통장에서 오가는 돈은 이자비용이 나가지 않아 저원가성 예금으로 분류되며 대부분 수시 입출금통장 형태다. 기본금리도 연 0.1%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모임통장 시장은 사실상 카카오뱅크의 독무대다. 지난 2018년 12월 모임통장을 출시한 카카오뱅크는 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저원가성예금 잔액은 ▲1분기 30조1000억원 ▲2분기 30조4000억원 ▲3분기 31조5000억원 ▲4분기 33조3000억원으로 1년간 1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모임통장 잔액도 1분기말 7조3000억원에서 4분기말 8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이용자 수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천만명을 넘겼다.
이같이 카카오뱅크가 선점한 시장에서 시중은행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모임통장의 모든 인원이 해당 은행의 고객이어야 한다는 점이 큰 벽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당행 계좌가 없는 사람도 모임통장에 초대할 수 있다. 또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로 친구를 바로 초대할 수 있다는 편리성도 갖췄지만, 시중은행의 경우 이 같은 플랫폼이 부재하다.
이에 시중은행은 우대금리로 경쟁력을 제고 중이다. 신한은행은 모임원이 함께 모으면 최대 연 4.1%의 이자를 제공하는 '모임 적금'을 선보였고 KB국민은행은 연 2%대 금리의 파킹통장 기능을 추가했다.
모임통장을 운영 중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과 차별화할 만한 점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이미 소비자들에게 모임통장은 인터넷은행의 전유물로 인식이 굳어져 있고, 온라인 플랫폼의 강점을 뛰어넘을 새로운 장점도 아직 없다"라고 전했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