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기금투자풀 제도 개편...증권사도 참여 가능
새 기회 열린 증권사 "분명히 매력적인 시장"
초기 투자 비용 부담에 대형 운용사 한정될 듯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정부가 연기금투자풀의 운용 체계를 개편하며 증권사들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증권업계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낼 활로를 찾으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연기금투자풀 제도 개편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을 통해 기존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증권사도 연기금투자풀의 주간운용사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투자 대상도 확대돼, 기존 채권 중심의 운용에서 달러 머니마켓펀드(MMF)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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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투자풀 위탁규모 추이 [자료=기획재정부] 2025.02.11 biggerthanseoul@newspim.com |
연기금투자풀은 2001년 도입된 제도로, 연기금 및 공공기관이 여유자금을 모아 공동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61개 기금과 54개 공공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예탁 규모는 약 62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개편은 연기금 및 공공기관의 자금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증권사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운용사의 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연기금투자풀의 수익률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증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 사업 다각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ETF와 달러 MMF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투자 대상에 포함되면서 증권사들은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증권업계는 연기금 시장성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취재 결과 일부 증권사는 이미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에 참여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편이 증권사에 상당부분 적합한 부분이 많고, 향후 증권사가 연기금의 자산가치 보존, 안정적 수익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관련 조직이 갖춰져 있고, 추가 인력을 충당할 수 있는 일부 증권사에 기회가 한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증권사들은 간접적인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참여할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기금투자풀 운용은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초기 투자 비용과 인프라 구축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인력 구성만 놓고 보더라도 30명 이상이 필요할 뿐더러, OCIO를 위한 인프라와 서비스, 시스템도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력과 운용 역량을 갖춘 증권사들만이 공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간 운용사는 대형사들이 가져가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재간접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마친 증권사도 많지 않다. 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9곳 뿐이다. 이와 관련해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모집합투자업을 등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에서 사모집합투자업 등록에 대해 투자를 해준다면 실질적 경쟁을 유도하고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