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정신질환자 입원 난항...치료 시기 놓쳐 증상 악화
"범죄에 지능성 엿보여"...섣불리 정신질환 낙인 안돼
환자 부담은 가족 몫...제도 개선은 지지부진한 상태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10일 오후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 A씨가 김하늘 양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나 정신질환은 아직 경찰 조사 단계에 있다. A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우울증 등으로 휴직한 후 지난해 12월 복직한 상태로 알려졌다.
12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의료계 관계자는 A씨가 단순한 우울증으로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지 않고 있다. 계획 범죄 등의 정황이 나오는 만큼, 흉악 범죄를 곧장 정신질환으로 연결지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범행으로 인해 중증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사법입원제' 도입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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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오후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대전 피살 피해자 고(故) 김하늘(8) 양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2025.02.12 photo@newspim.com |
◆ 중증 정신질환자 적기 치료 현실적으로 '불가'
사법입원제는 법원이 정신질환자에 대해 강제 입원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정신질환자 본인의 안전과 타인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환자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적법한 절차와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요구된다.
정신질환자 입원은 2016년 국회에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처리되며 절차가 복잡해졌다. 헌법재판소가 앞서 가족 2인 동의와 전문의 1인의 결정으로 강제입원이 가능했던 구 정신보건법 24조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고, 국회가 법률 개정으로 이를 후속처리했다.
그 결과, '강제' 입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인과 보호의무자 2인의 '모두 동의'로 조건이 강화됐다. 전문의 중 1명은 국공립이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여야 한다.
문제는 복잡화된 절차 등으로 인해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적기 치료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정신과 전문의 B씨는 "시한폭탄이 돌아다니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종류의 범죄는 더 많아질 것"이라며, "중증 정신질환자 적기 치료를 하려면 사법입원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B씨는 "대전 초등학생 살해범이 어떤 병력이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범행을 은폐하려는 지능성도 보인다. 그러나 중증 정신질환자의 폭력성 발현 측면에서 이를 예방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강제입원 절차 간소화 제도 개선 '지지부진'
법무부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식 흉악범죄'가 빈번해짐에 따라, 강제입원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지난 2023년 8월 4일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관련된 진전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국회에선 지난해 10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사법입원제 도입 필요성을 질의했다.
당시 한 의원은 "'안인득 사건'에 대해 2023년 서울중앙지법은 범죄는 안씨 개인이 저질렀지만, 국가에 40%에 상응하는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며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예방과 적기 치료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비자의 입원의 부담은 모두 가족에게 가게 된다"며 "물리적인 사고가 나기 전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한다. 사법입원제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가족에게만 과도한 돌봄 의무를 지우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