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유연화 두고 당내 우려..."집토끼 나갈라"
반도체법 2월 중 처리하려면 지원책·노동시간 '분리대응'해야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반도체특별법을 둘러싼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법의 주요 골자인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보다 노동시간 유연화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지면서 노동시간과 관련된 부분은 추후 논의하고 지원책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오후 국회에서 정책현안 간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진 정책위의장은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한 논란들에 대해 입장 정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Ⅲ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2.03 mironj19@newspim.com |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관련 정책 토론회를 열고, "노동 시간 제도에 대해 예외를 안 두는 게 가급적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특정 중요 산업의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에만 예외로 그들이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주자, 이걸 왜 안 해주냐고 하니까 할 말이 없더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한 산업의 연구개발 영역에서 고소득자, 초전문가들에게 한정해서 그들이 동의하는 정도에서 적정한 규모로 일하게 해달라는데 제가 거절하기가 안 된다"며 노동시간 예외 적용에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당내에서는 우려가 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한 야당 의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노동계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도 노동시간 유연화를 달가워할 것 같지 않다"면서 "오히려 반도체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보다 지원을 더 빨리, 확실하게 해주는 것을 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도층 확장을 노리다가 (민주당) 집토끼들이 다 나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소속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노동시간 예외에 집중할 게 아니라 지원책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시간 문제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유연근로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자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특별법을 2월 안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분리 대응'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왜 국민의힘이 노동시간에 목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반도체 지원 관련 특별법인 'K칩스3법'을 대표발의한 김태년 의원도 지난 3일 토론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적시 지원·전폭 지원·계속 지원"이라면서 "반도체 산업의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지자체의 책임 의무화가 가장 큰 쟁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법을 발의하면서 기업·협회·학회·지방정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데, 그때는 52시간제가 전혀 요구됐던 사안이 아니다. (노동시간 문제가) 등장하면서 인프라 구축·세제지원 문제 등은 뒤로 밀리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여야 모두 반도체특별법을 이달 중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노동시간 문제와 지원책을 분리해 처리하지 않으면 사실상 이견을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은 특별법에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전날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라는 주제로 민주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여야가 거의 합의에 이르렀으나 주 52시간 예외가 안 되면 다른 모든 것이 안 된다는 태도는 이해가 안 된다"며 국민의힘의 발목잡기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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