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소재 산부인과 의사, 최근 이틀 간 20쌍 부부와 조기출산 상담
제왕절개 및 조기 출산 위험에도 "'시민권'이 먼저"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 내 인도인 임산부들 사이에서 '조기 출산' 바람이 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행정명령이 발효되기 전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을 원하는 임산부들이 급증했다고 힌두스탄 타임스와 인디아 투데이 등 복수 매체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뉴저지 소재 한 산부인과에는 최근 임신 8~9개월인 임산부들의 제왕절개 접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일부는 출산 예정일까지 두 달 이상 남았지만 서둘러 출산을 원하고 있다.
해당 산부인과 의사는 "임신 7개월차 여성이 출산을 원해 찾아왔다"며 "해당 여성의 예정일은 3월"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텍사스 소재 산부인과의 한 의사는 "최근 이틀 동안 20쌍의 부부와 상담했다"며 "조산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부들이 행정명령 발효 전 서둘러 제왕절개를 받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힌두스탄 타임즈에 따르면, 미국에는 약 540만 명의 인도인이 살고 있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47%를 차지하는 것으로, 이 중 3분의 2는 이민자고 나머지 3분의 1은 미국에서 태어나 출생시민권을 부여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출생 시민권 폐지 명령은 당초 내달 20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미 연방법원이 이에 제동을 걸었다.
23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시애틀 연방법원의 존 코에너 판사는 워싱턴·애리조나·일리노이·오리건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 행정명령의 효력을 14일간 차단한다고 결정했다.
이후 추가로 행정명령 시행을 막을지 여부는 오는 2월 5일 심리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인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적극 협조 중이다. 미국 새 행정부와의 무역 경쟁을 줄이고, 인도인의 합법적인 미국 입국을 위한 더 많은 채널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더 이코노믹 타임즈(ET)는 "인도 당국은 불법 이민을 우려하는 서방 당국과 협력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며 "인도는 합법적인 이민의 신뢰할 수 있는 공급원이 되고 싶어 한다. 합법적 이민자는 인도 경제 개발 계획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에 거주하는 인도인의 본국으로의 송금은 인도의 중요한 외화 확보 수단 중 하나다. 지난 2022년 해외 체류 인도인이 본국으로 송금한 액수는 1110억 달러(약 159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인도인의 해외 유학은 인도 정부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순환 이민은 인도의 해외 기술력 습득에 도움을 준다.
ET는 "인도가 이민자 송환과 관련해 체결한 협정에는 불법 이민자 송환과 함께 합법적이고 일시적인 이민을 위한 새로운 경로가 포함된다"며 "모디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를 만족시키기 위해 추방에 대해 논의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불법 체류 중인 인도인 1만 8000여 명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인도 정부와 접촉 중이라며, 최종 송환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 불법 체류 인도인은 72만 5000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멕시코와 엘살바도르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인 20일(현지시간) 자신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