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진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유가족의 슬픔은 씻을 길이 없어 보인다.
지난주 무안국제공항 유가족은 저마다의 슬픔을 가슴에 묻은 채 동분서주했다. 희생자 대부분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하고 일부는 지문 감식도 어려울 정도라, DNA 검사를 통해 신원을 알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희생자 전원의 신원이 확인됐음에도, 유가족은 희생자를 인도받아 장례를 치러야 한다.
송현도 사회부 기자 |
사고를 둘러싼 진상 조사도 유가족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참사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되는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에 대해서 국토교통부는 당초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국토교통부 예규)에 따라 규정을 지켰다는 주장을 내세웠지만, 항공 규정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사고 당시 상황을 밝혀줄 사고기 블랙박스 중 비행기록장치(FDR)는 일부 부품 파손 탓에 미국으로 이송돼 분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사고에 대한 진상 조사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유가족은 애도마저 시국의 흐름을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는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부터 7일 후인 지난 4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다. 당초 국가 애도 기간 연장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지만, 지난 3일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단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전국적 애도 기간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염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애도 기간 연장을 요청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 와중에 유가족을 흔드는 악성 온라인 게시글도 확산하는 중이다. 재난의 직접 대상자를 희롱하는 전형적인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다. 갑작스레 맞닥뜨리게 된 아픔을 받아들일 시간도 없이 유가족들은 얼굴 없는 2차 가해에 몸을 움츠리게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무안공항의 유가족의 애도의 시간은 다소 지연되고 있다. 현장에서 마주친 유가족들은 더러 고통을 분출하기도 하지만, 슬픔을 애써 억누르고 유가족으로서 마쳐야 할 일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에게 놓인 길은 험난하다. 참사에 대한 책임을 밝히는 일도, 희생자를 기리는 방식도 유가족들은 꾸준히 다퉈야 한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유가족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2024년 12월 29일은 씻을 수 없는 멍에로 남아 있을 것이다.
무안 공항 앞 톱머리 해변은 밤낮으로 밀물과 썰물이 오간다. 밀물처럼 들이닥친 세간의 관심에 슬픔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유가족이 혹여 망자에게 충분한 애도를 할 시간을 놓칠까 염려된다. 이들이 마음 놓고 충분히 슬퍼하기 위해서는 결국 명명백백한 진상 규명과 세심한 지원 방안의 확보가 담보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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