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여건 악화에 이어 탄핵 정국으로 매수심리 악화
"투자할 때 아니다" 실수요층도 관망세 돌아서
정권 교체시 부동산정책 대대적 손질 변수도 영향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비상계엄 사태로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이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까지 가중되면서 매수 심리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짙어져 향후 주택경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부동산 보유세 등 정책적 변화가 불가피해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이던 실수요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많다.
◆ "더 떨어지면 어떡해요" 실수요자도 매수문의 뚝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부결로 정국이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부동산 시장이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경기도 분당의 한 공인중개소 실장은 "지난주까지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슈로 매매거래가 연초 대비 늘어나고 투자문의도 적지 않았으나 비상계엄이 발생한 이후에는 매수세가 종적을 감춘 상태"라며 "시장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내 집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실수요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63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최상수 기자] |
정치적 불확실성이 불거져 시장 예측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면서 성급하게 주택 매수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이다. 연초 이후 반등하던 주택시장이 조정에 들어간 만큼 당분간 집값 상승이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도 매수 심리를 끌어내리는 이유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서울 아파트값도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균 상승률은 아직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이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강동구 아파트값이 0.02% 떨어져 약 8개월 만에 빠졌다. 구로구, 동작구 등도 상승세를 마감하고 보합(0.00%)으로 전환된 상태다.
정치적 불안으로 경기둔화가 가속화되면 주택시장도 악영향을 받는다. 원화 약세, 가계소비 둔화, 성장률 저하 등은 실물경기 악화를 불러오는 동시에 부동산 구매력을 낮추는 요인이기도 하다.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이 역대 최대치인 9만건을 넘은 상황에서 매수세가 더욱 옅어지면 집값이 상승보단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정권 교체시 부동산정책 대대적 수정 불가피
탄핵 정국 이후 조기 정권교체 가능성이 짙어지며 부동산 관련한 정책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권에 따라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정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주요 의원들은 집값 상승으로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국가가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7월 '2024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 연속토론회'에서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적극 환수해야 한다"며 "환수된 재원을 바탕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권 강화를 위한 조치도 적극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부동산 시세차익이 개인에 귀속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대선 공약으로 전 국민 대상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안 중 하나인 '국토보유세'를 제시한 바 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가진 사람이 토지 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헌법에 규정된 토지공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공유자산으로 볼 수 있는 토지에 일괄적으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얘기다. 국토보유세로 평균 1%를 적용하면 약 50조원가량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보유세율도 0.17% 수준으로 OECD 평균 0.80%와 비교해 너무 낮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2020년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도 부활할 수 있다.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으나 현 정부 들어 현실화율 로드맵을 사실상 폐지했다.
여야 간 부동산 정책 방향이 엇갈려 시장 흐름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정책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다 보니 부동산 시장에 관망세가 당분간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대외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저성장 국면에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안까지 불거져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태"라며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상황을 지켜보자는 심리가 확산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