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통일·외교

속보

더보기

[탈북민 정착스토리](15) 김일성 '접견자'의 딸인데 사범대 진학 막혀..."비영리 단체 꾸릴 꿈 꿉니다"

기사입력 : 2024년11월25일 06:45

최종수정 : 2024년12월08일 19:04

청진 출신 이주현‧채지범 부부
8년 공무원 하다 법무사 준비 중
용접공 남편은 고급 인력으로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대한민국 공무원으로 8년을 일한 이주현(40) 씨는 현재 전업주부로 법무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남편 채지범(49) 씨는 프리랜서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는데 솜씨가 좋아 곳곳에서 일감이 밀려온다고 한다.

[서울=뉴스핌] 탈북민 이주현‧채지범 씨 부부가 두 딸과 함께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2024.11.25

엄마 등에 업혀 탈북했던 두 살배기 딸은 올해로 열여섯 살, 남한에서 태어난 둘째 딸은 올해 열세 살이다.

세 살 터울인 두 딸의 고향은 남과 북이다. 정착 13년 차 탈북민 가족은 경기도 화성시에 살고 있다.

부부의 고향은 함경북도 북동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청진시다.

주현 씨의 아버지는 두 살 때 평범한 가정에 현지 지도 목적으로 들렀던 김일성의 품에 안긴 이른바 '1호 접견자]로, "이 아이를 울리지 말고 잘 키우십시오"라는 교시까지 받은 행운아였다.

북한에서 1호 접견자는 계급적 토대가 좋은 사람으로 꼽힌다.

하지만 고지식한 성품을 가졌던 주현 씨 아버지는 평범한 노동자로 살았다.

◆ '1호 접견자'의 딸이 탈북민으로 한국행

"열심히 공부해서 청진1사범대학 사적 학부에서 공부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아버지는 눈앞에 차려진 행운을 잡지 못했지만 저는 꼭 성공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대학 입학을 앞둔 바로 전해, 김정일이 사범대학을 방문하고 정치일꾼을 키우는 학교는 대학생들의 키, 인물을 중요시한다는 교시를 내렸다.

당시 주현 씨의 키는 144cm. 대학 입학 여성 표준 키는 153cm였다.

1,000명이 넘는 입학자 중에 14등이라는 높은 성적을 받았지만, 그녀의 소원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져버렸다.

할 수 없이 청진 광업전문학교에 입학해 전기과를 전공했고, 졸업 후 전문학교 교수로 남아달라는 학교 측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주현 씨의 꿈은 오직 청진1사범대학이었기 때문이다.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지 않고 장사를 했다.

23세 되던 해 호위국 출신 제대군인인 남편을 만나 3년 연애 후 결혼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부는 서로 의지하며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별의별 장사를 해도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남편은 중국 밀수를 시작했다.

밀수 짐을 직접 들고 중국으로 넘어가 돈을 받아오는 방식이었는데, 보위원 안전원의 끈질긴 단속과 폭력으로 어느 날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남편이 보여준 '6.25진실 드라마' 보고 탈북 결심

사실 남편은 중국을 드나들며 북한 정권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가족들 몰래 탈북을 준비했다.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주현 씨는 밀수를 하기로 했다.

남편은 밀수하려면 중국 쪽 파트너를 직접 만나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현 씨는 부부가 중국에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고향에 남겨진 두 살배기 딸은 영원히 고아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업고 중국에 갔다 돌아오리라 결심하고 세 식구가 깎아지른 벼랑을 타고 야밤에 두만강을 넘었다.

중국에 무사히 도착하자 남편은 6·25전쟁의 진실이 담긴 한국 드라마를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우겼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공감이 들어 탈북에 동의했다.

그렇게 청진에서 살던 세 식구는 출발 3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남한에 도착했다. 용접 기술을 배워 용접공으로 일했다.

주현 씨는 둘째를 임신하는 바람에 2년 넘게 주부로 살았다.

"하나원에서 남한 정착에서 중요한 것이 정보력이라고 가르쳐주었어요. 우선 컴퓨터 학원에서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채용 공고도 수시로 확인했어요. 솔직히 대학에 입학하고 싶었는데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쉽지 않았어요. 우선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아보고 일했는데, 사장님이 제 일솜씨를 보시고 회사 경리일을 맡아달라고 했어요."

[서울=뉴스핌] 함북 청진 출신 이주현‧채지범 부부는 한국 정착 후 각각 공무원과 용접공으로 일했다. 두 사람은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자신들이 대한민국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희망을 갖고 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2024.11.25

자동차 부품회사 경리로 정식 취직을 앞둔 어느 날, 휴대폰으로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탈북민 특별전형 화성시 임기제 공무원 채용 공고였다. 공무원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나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고,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

서류 전형에 합격한 주현 씨는 면접 준비를 위해 남북하나재단에 문의했다.

재단 취업담당자는 면접 시 인사법, 예상 질문과 돌발 질문 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직접 재현까지 하며 도와주었다.

2013년 드디어 면접에 합격했고 화성시 우정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녀는 일반 행정 및 사회복지 분야에서 사례관리 업무를 맡았다.

정식 출근하는 날, 동료들에게 "저는 북한에서 왔습니다. 성격도 다혈질이고 모르는 것도 많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라고 말했다.

당당한 그녀의 자기소개에 동료들은 머리를 끄덕였고, 모르는 업무에 대해서는 먼저 다가서는 그녀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슬슬 풀린 것은 아니다. 하루는 주민세가 많이 나왔다고 따지러 온 고객이, 주현 씨의 말투를 듣더니 외국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앉혀놨다고 화를 냈다.

또 한 번은 필요한 도움을 받으러 왔다가 담당 부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망해서 돌아서는 어르신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 싶어 문밖에까지 뛰어나가 자초지종 물어보고 필요한 부서를 안내한 적도 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그녀의 진심이 통했는지, 5년 임기가 끝나고 일을 그만둔다는 소식에, 담당했던 지역 어르신들이 "이렇게 일 잘하는 사람이 공무원을 해야지 누가 하냐"는 칭찬을 받았고, 고객들이 화성시청 감사실에 민원을 넣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 후 주현 씨는 다른 부서지만 공공기관에서 공무직으로 3년을 근무하면서 총 8년 동안 일했다. 

◆두 딸도 탈북민 자녀라 당당히 밝혀

남편은 고급 기능공으로 성장하면서 여러 회사에서 작업을 요청받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현재 중학교에 재학 중인 두 딸은, 친구들에게 부모님이 탈북민이라고 당당하게 밝힌다고 한다.

심지어 남한에서 태어난 친구들, 그 부모님들보다 더 멋지고 잘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남편은 바쁜 아내를 대신해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피면서 늘 아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주현 씨는 현재 '은혜축구단'을 만들어 남북주민은 물론 외국인들도 한 공간에서 축구를 하면서 소통하고 사회통합을 이루어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금은 한발 더 나아가 '법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체구는 작지만 큰 에너지를 가진 주현 씨의 꿈은,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인생을 달릴 수 있는 '동행'이라는 이름을 가진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뉴스핌-남북하나재단 공동기획>

yj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누구?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중앙고, 동아대를 졸업해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정치정책학(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2025.06.23 sheep@newspim.com 김 후보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정의당에 입당,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본부장을 맡았다. 2021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부문 지지단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에 공동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20번을 받았다. 현재 한국철도공사 기관사이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이다"라며 "민주노총이 그간 (사회적 대화 등) 제도권 밖에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제도권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프로필 ▲1968년 부산 출생 ▲마산중앙고, 동아대, 성공회대 NGO대학원 정치정책학 석사 ▲정의당 노동본부장 ▲민주노총 위원장 ▲철도노조 위원장 ▲철도공사 기관사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sheep@newspim.com 2025-06-23 14:57
사진
안규백 64년 만에 문민 국방 후보자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초대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 출신인 안규백(64)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의원을 인선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안 후보자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와 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했다"면서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고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안 후보자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국방위원으로서 15년 간 의정활동을 했다. 그 누구보다 군과 국방안보를 잘 아는 인물로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명됐었다. 특히 안 후보자는 국회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위원장 중책까지 맡았다. 여야 의원들을 아우르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특보단장 핵심 보직을 맡았다. 계엄 사태 주역인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면서 어수선한 군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군 전반을 개혁할 최적임자로 꼽힌다. 합리적인 성품에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다만 상식과 원칙을 중시하며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다. 아들 둘 모두 육군과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이재명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취임하면 1961년 현석호 장관 이후 64년 만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한국 정치사의 격동기를 거쳐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장군 출신들이 독식했던 국방장관을 정치 안정기에 들어 사실상 민간인 출신의 진정한 '문민 국방장관'이 나올 수 있을지 초미 관심사다. ▲전북 고창(64) ▲광주 서석고 ▲성균관대 철학과 학사·무역대학원 무역학 석사 수료 ▲18·19·20·21·22대 국회의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간사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kjw8619@newspim.com 2025-06-23 14:1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