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대한 두번째 탄핵 전 의료계 인사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에는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근거는 집행부가 전공의들과 함께 가지 못한다는 것이 여러 차례 확인됐고, 대의원들이 이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는 찬성 170표, 반대 50표라는 압도적 표심으로 확인됐다. 의료사태의 주역인 전공의들의 입김에 의료계 중앙정치가 영향을 받은 것이다.
조준경 기자 |
의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사직 전공의 대표가 지지하는 후보가 선출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 대표는 선거 전 의협 대의원 단톡방에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언론도 박 전 대표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 지방의사회 세미나에 참석한 글을 개인 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차기 의협회장도 박 전 대표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선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새로 구성된 15인의 비대위원에는 박 전 대표를 포함해 6인의 전공의·의대생 위원이 배정됐다. 통상 의협 비대위 의사 결정에는 위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젊은 의사들은 약 40%의 적지 않은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그런데 의료계 내부의 기류 변화가 미묘하다. 지난 2월부터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대정부 대화 전제조건의 첫번째 항목은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 원점 재검토"였다. 하지만 18일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첫번째 비대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대정부 메시지에는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박 비대위원장은 "내년도 증원 백지화 요구는 비대위원들이 모여 결정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모 의료계 인사는 "정시결과 발표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의협이 증원 철회를 계속 요구하는 건 무리한 것이라고 자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1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희 요구는 변함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밖에서 보기엔 원로들과 젊은 의사들이 아직은 같은 결을 타고 있지 않다. 의료계 일각에선 노회한 의료계 인사들이 그를 의료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불만을 품은 의료계 내부 인사들도 존재한다. 그가 비대위원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에 대해서도 의료계에선 '지나친 개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밀려난 임 전 회장은 연일 SNS에서 그를 비난하고 있다. 임 전 회장은 16일 "본인이 누누이 얘기한 '의대정원 원점 재검토'까지 분명히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를 독대하고 의료계 정치를 주무르는 등 정치적 체급이 급격히 커진 박 전 대표는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정부를 끝까지 압박해 정책을 전면 중단시키든지, 지지기반을 만족시킬 대안을 찾지 못하면 단지 비대해진 과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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