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호무역주의 대응 예산 조정 필요
수출 다변화 및 물류비 지원 예산 확대 검토
국방비 확대 대비 재정 건전성 유지 '딜레마'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국회가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국제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재조정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이번 예산 심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고 11~12일에는 경제 부처를 대상으로, 13~14일에는 비경제 부처를 대상으로 부별 예산 심사를 진행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내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이 예상되고 있다. 이미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에 앞서 중국산엔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나머지 국가 수입 상품에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국회는 우선 국제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수출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물류비 지원 예산 증액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가 적용되는 것에 대비해 수출 원가 절감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수출 대상국의 인증 취득과 현지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예산을 확대해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수출 다변화에도 예산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가 논의될 예정이다.
중소기업의 수출 역량 강화를 위해 기술 개발, 품질 개선, 디자인 혁신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증액도 현재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폭탄 정책이 추진되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비해 핵심 부품 및 원자재의 국내 생산을 촉진하는 예산의 폭도 확대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6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의 팜 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조기 결과 발표 후 연설하고 춤을 추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11.06 mj72284@newspim.com |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우려가 커지는 예산 분야는 국방비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후보 일때, 자신이 재임하게 된다면 우리나라가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해마다 100억달러(약 13조원)을 지불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한미는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했다. 트럼프의 목표는 2026년 분담금의 9배 수준이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토대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복합적인 외교·국방 문제가 얽히다보니 결국 국방비 예산의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야권에서는 미국과의 국방비 타협에서 정부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미국과의 정상 외교 등 협상이 진행되겠지만, 비즈니스맨 출신의 트럼프의 꾀에 넘어가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결국에는 막대한 국방비 지출이 우려되는 만큼 기준을 잡아야 할 것이고 이번 국회의 예산심의에서도 '묻지마 예산'을 편성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정 건정성 역시 국회가 빠트릴 수 없는 사안으로 꼽힌다.
정부와 여당은 지속해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대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나갈 지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이 '딜레마'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민간경제연구원 한 고위 관계자는 "내수 활성화에도 재정을 지원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트럼프 행정부라는 난제를 맞이하게 됐다"며 "재정은 없고 세제 혜택을 주자니 세수가 턱없이 모자르니 사면초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