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흉기로 연인 살해 혐의
"사람 살리려고 공부하다 피해자 살해"...사형 구형
"이 땅에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려달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검찰이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의대생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8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 씨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고인이 흉기로 피해자의 급소를 집중적으로 찔러 사망하게 한 공소사실 그 자체"라며 "심지어 피고인은 이미 사망한 피해자의 신체를 여러번 찔러 사체를 손괴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최초 출동한 경찰관과 소방관에게 본인의 살인 범행을 말하지 않았다. 결국 피고인은 마지막까지도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을 보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살리려고 공부하던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사람이 됐다"며 "피고인을 영원히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사형이 집행되지 않더라도 사형수로서 평생 참회하도록 하는 것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할 수 있는 위로라고 할 수 있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교제 살인' 혐의을 받는 의대생 최모씨(25)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최씨는 지난 6일 강남역 인근 옥상서 여자 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륿 받고 있다. 2024.05.14 leemario@newspim.com |
최씨는 미리 준비해온 종이를 들고 "저는 인간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죄를 저질렀다. 그런데 범행의 책임이 오직 저에게 있음에도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또 하나의 죄를 지었다"며 "그로 인해 말미암은 고통과 슬픔들에 대해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모두 제 잘못이다. 정말 잘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아마도 남은 생을 미안함과 죄책감, 자기혐오, 그리고 후회 속에서 보낼 것 같다"며 "피해자의 삶에 여러 차례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삶을 빼앗아 죄송하다. 남은 생에 제가 져야할 마땅할 죄값을 치르겠다"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이날 공판에 참석한 피해자의 부친은 "제발 살인마 최씨에게 사형을 선고해서 미약하게나마 고통이 치유되길 간청드린다. 이 땅에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려달라. 만약 이 땅에 법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저도 최씨에게 똑같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며 재판부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최씨에 대한 선고 결과는 오는 12월 20일에 나올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5월 6일 연인 관계이던 20대 여성 A씨를 강남역 인근 15층 건물 옥상으로 데려간 뒤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중학교 동창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는데, 이후 부모와의 갈등으로 문제가 생기자 최씨가 A씨에 대한 살해를 계획하고 미리 흉기를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최씨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살면서 한 번의 전과도 없고 모범적으로 살아왔던 사람인데 갑자기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납득이 어려운 사건"이라며 "피고인의 불안장애와 강박, 복용하던 약물이 범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며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신감정 결과, 최씨에게는 심신장애가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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