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없이 시수만 확대, 무용할 것"
"교과목 편성해 전문적으로 가르쳐야"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교육부가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을 위해 기존에 해왔던 교육 시간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현장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을 시간만 늘리기보다 표준화된 교육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7일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디지털성폭력 예방 교육이 폭력 예방 교육에 포함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단독으로 편성해 운영하라고 이미 지난달 각 학교에 권고했다"며 "교육이 요식행위로 이뤄지지 않게 교수학습 자료를 전국 학교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나비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을 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전일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딥페이크에 대한 학생 인식 조사를 하고 예방교육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한다.
초등학교 실과 수업 시간을 17시간에서 34시간으로, 정보 수업 시간을 34시간에서 68시간으로 확대한다. 이달 내로 디지털 성범죄 대응 매뉴얼도 초·중·고, 대학, 학부모, 교사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교재도 이달 중 개발을 마치고 다음 달까지 교사 대상 연수를 추진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달 말 교사 전달연수를 시행하고 이때 성폭력 예방 교육을 위한 초등 3차시, 중등 3차시 활동지와 교수학습안, 바로 활용할 수 있는 ppt까지 제공할 예정"이라며 "이후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전국 학교에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달연수는 전체 교원 중 지원자를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한 뒤 그 교원이 학교에 돌아가 다른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에서 배운 내용을 전달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전직 초등교사였던 서현주 성교육 활동가는 "고작 몇 시간의 연수로 현장에서 딥페이크 범죄 예방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한다면 차라리 교사 양성 과정에서부터 성인지 교육 등 내용을 체계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성교육은 체육 교사가 '너희 성기를 깨끗하게 씻어야 해', 국어 교사가 '성교육 관련 글을 읽고 학습 목표에 적용해 보자'고 해도 인정되고 있는데 이런 성교육을 시간만 늘리는 건 무용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성교육 교과를 만들어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게 가장 필요하다"며 "국가가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화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상임대표는 교육부와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제대로 협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여가부 산하)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만든 웹사이트 '디클'에 이미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교재가 준비돼 있다"며 "수년간 쌓아온 교재를 활용하면 되는데 교육부와 여가부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 (여가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청소년성문화센터에 있는 전문 성교육 강사들을 학교 교육에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