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30여년 만에 최대 규모의 증세안을 발표했다.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공공 재정의 안정을 되찾고 공공 서비스를 재건하겠다"며 "연간 400억 파운드(약 71조 5000억원) 증세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400억 파운드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해당한다.
[런던 로이터=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 있는 사무실 앞에서 빨간색 예산 가방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10.30. ihjang67@newspim.com |
리브스 장관은 "이전 보수당 정권이 거대한 예산 '블랙홀'을 남겼다"면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무분별한 감세 정책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수당 출신의 트러스 전 총리는 지난 2022년 9월에 총리에 오른 뒤 무리한 감세안을 추진하다 파운드화 폭락과 경제 혼란이 증폭되자 50일 만에 총리직을 사퇴했다.
리브스 장관은 "경제 성장을 이끌 유일한 길은 투자, 투자, 투자"라며 조세 수입과 정부 차입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대대적으로 공공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브스 장관은 1993년 보수당 재무장관 노먼 라몬트 이후 가장 큰 세금 인상을 발표했다"며 "이에 따라 영국의 세금 부담은 국내총생산(GDO)의 38.2% 수준까지 인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세금 부담률은 36.4%이다.
이날 증세안의 주 타깃은 기업과 부유층이었다.
우선 고용주가 근로자 급여의 일정 비율 만큼 내는 국민보험(NI)과 관련해 납부 개시 기준을 낮춰 세수 기반을 대폭 확대하고, 요율도 1.2%포인트 올려 15%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통해 늘어나는 세수는 연 250억 파운드(약 44조 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국민보험 요율 인상이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일부 업체들은 인상된 금액의 76%를 임금 인하를 통해 근로자에게 전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개인이 주식 등 자산을 처분할 때 내는 자본이득세(CGT)는 낮은 구간은 10%에서 18%로, 높은 구간은 20%에서 24%로 높이기로 했다. 또 사모펀드 매니저의 거래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도 28%에서 최고 32%로 높였다.
이와 함께 영국에 사는 부유한 외국인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는 '외국인 거주자(Non-Dom)' 제도를 폐지하고 새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추가로 걷히는 세금은 향후 5년간 127억 파운드(약 22조 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리브스 장관은 이날 대대적인 공공 투자도 강조했다. 재정준칙을 변경해 정부 차입 규모를 대폭 늘리고 이를 통해 향후 5년 동안 1000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예측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이전 예측에 비해 약 1420억 파운드를 더 차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국 예산책임청(ORB)은 이날 발표된 예산안을 바탕으로 산출한 영국의 실질GDP 성장률이 올해 1.1%, 내년 2.0%, 2026년 1.8%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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