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째 '빈손' 배달앱 상생협의체...막판 협상 앞뒀지만 '글쎄'
배민·쿠팡이츠는 '남 탓' 공방..."최저임금처럼 관리하자" 제안 눈길
'무료배달'이 원흉..."소비자 부담 전제로 다시 논의해야" 의견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을 선도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배달앱의 배달비가 비싸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거센 도전에 직면한 것. 우아한형제들에게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배달앱 이중가격 논란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 배달 수수료 문제. 그 해결방안과 함께 우아한형제들의 '점유율 60%' 반등 묘책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배달플랫폼·입점업체 간 상생협의체 협의가 마감시한인 10월 말까지도 공회전을 지속한 가운데 정부 주도의 배달수수료 상설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달플랫폼, 점주, 배달기사,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자율적인 합의안 도출이 어렵고 매년 비슷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만큼 최저임금, 우유원유값 협상처럼 상설 위원회를 통해 관리하자는 것이다.
또 배달앱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무료배달' 타이틀을 포기하고 제로(0)에서 다시 협의를 시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로섬 게임'된 배달 갈등..."최저임금·우유원유값처럼 상설위원회 만들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배달앱 상생협의체는 마지막 9차 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원만한 상생한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힌 배달시장 구조상 자율적인 상생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참여하는 배달앱 상생협의체는 지난 7월 23일 출범한 이후 석 달 간 총 여덟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모두 '빈손'으로 끝이 났다. 양사가 서로에 책임을 넘기며 상생안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은데다 뒤늦게 각각 내놓은 상생안도 모두 이해관계에 따른 반대에 부딪히며 받아들여지지 않은 탓이다.
배달 가격과 매장 가격이 다른 '이중가격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배달앱 1,2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책임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일각에서는 정부주도의 '상시적 배달수수료 결정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이미 자율협의에 실패한 만큼 다른 관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유가공업계와 낙농가가 낙농진흥회를 중심으로 매년 우유 원유 가격 협상을 시행하는 것과 같이 배달수수료도 매년 적정 수수료율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배달중개수수료와 배달비는 현행 배달플랫폼 시장 구조에 맞춰 하나의 패키지로 놓고 협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배달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합의가 힘들다"며 "완전 시장경제 하에서는 배달앱 입점업체에 따라 차등수수료를 부과하겠지만 국내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고 정부가 직접 수수료율을 강제하는 방식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원회처럼 매년 상시 열리는 배달앱 수수료 조정위원회 설립하는 체제가 필요하다"며 "매년 시장 상황이 변화하기 때문에 그에 맞춘 수수료 산정이 필요하고 이때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를 패키지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 '무료배달'은 없다..."중개수수료-배달비 구분해야"
배달플랫폼업계의 '무료배달' 경쟁이 사회적 갈등을 촉발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플랫폼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를 명확히 구분한 뒤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공짜(배달)는 없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인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배달앱 수수료 갈등에 대해 "쿠팡이츠와 배민이 '무료배달'을 홍보하고 고객을 유치하면서 (배달비를 포함한)중개수수료가 크게 오르는 기형적 문제가 발생했고 이것이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료배달' 명목 하에 플랫폼과 점주가 함께 지불하는 배달비가 각각 중개수수료와 음식값에 전가되면서 양측의 부담과 불만이 높아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배달과 매장 가격을 이원화하는 이중가격제가 확산한 주 요인이기도 하다. '무료배달'은 홍보수단일 뿐 실재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 교수는 "플랫폼이 무료배달을 앞세우더라도 소비자들은 이중가격, 음식값 인상 등으로 배달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며 "배달비는 소비자 부담이라는 원칙을 전제해야만 중개수수료율을 투명하게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배달의민족 가맹점주 등이 배달의민족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강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한편 쿠팡이츠는 지난 23일 열린 8차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배달 중개수수료율을 기존 9.8%를 5%까지로 내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신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를 점주가 직접 부담하는 구조다. 쿠팡이츠가 처음 제출한 상생이었지만 점주단체가 크게 반발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개수수료를 낮추고 배달비를 점주가 부담하도록 한 쿠팡이츠의 안건을 놓고 점주단체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사실상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앞서 배달의민족(배민)은 지난 6차 회의에서 매출액 상위 60% 업체는 수수료 9.8%, 하위 20% 업체는 2%, 하위 20~40%인 업체들에게는 차등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상생안을 내놓은 바 있다. 매출액 하위 20~40%인 업체에 자체적으로 고객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만 그에 맞춰 수수료율 인하 폭을 달리하겠다는 배민의 조건부안이 점주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불발됐다.
상생협의체 기간 동안 배민과 쿠팡이츠는 해결의지 보다 '남 탓' 공방에 열을 올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쿠팡이츠는 7차 회의까지 별다른 안을 내놓지 않은 채 "배민이 상생안을 내놓으면 따라가겠다"며 책임을 배민에 미뤘다.
배민도 마찬가지다.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함윤식 부사장은 '배달앱 1·2위 업체가 담합처럼 최고 수수료율(9.8%)을 받고 있다'는 질책에 "경쟁사(쿠팡이츠)가 먼저 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따라했다"고 답한 바 있다. 그는 배민이 입점업체들에 '최혜대우'를 요구했다는 지적에도 "경쟁사(쿠팡이츠)가 먼저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