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보수 원로인 김종인·이상돈과 회동
추석 이후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김두관과도 만남
당 외부 인사들과 공감대 형성...지지층 확장
안정화된 리더십 기반으로 반대되는 인사들도 품어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최근 이른바 '식사 정치'를 통해 광폭 행보를 보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 대선을 염두에 둔 외연 확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외의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은 이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지지율(직무수행 긍정 평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이 대표를 비롯한 야권 잠룡들이 차기 대선을 속속 준비하는 모습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석 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상돈 전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민의당 의원)와 오·만찬 회동을 한 이 대표는 연휴 이후 김두관 전 의원과 만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2024.09.12 photo@newspim.com |
이 대표는 중도 보수 성향의 김 전 위원장과 이 교수와 만나 정부의 의료대란 실책에 대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CBS라디오에서 이마에 상처를 입어 응급실 22곳에 전화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경험담을 밝힌 바 있다.
이 교수와도 의료대란과 관련한 대화를 주로 나눈 것으로 파악된다. 이 교수도 마찬가지로 지난 7일 CBS라디오에서 "의대 이슈로 인해 대통령이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도 보수 성향의 당 외부 인사들과 정책 어젠다로 공감대를 형성해 지지층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당내 인사들을 향해서는 포용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김 전 의원 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모르겠지만 김 전 의원은 전당대회 때 했던 메시지 위주로 이 대표에게 이야기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전당대회 경선 동안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당내 리더십이 안정화됐다고 판단되는 만큼 이 대표가 자신에게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도 과감히 품는 모습이다.
특히 김동연 경기지사가 이 대표의 공약인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상위 계층을 제외하고 어려운 70~80% 계층에 촘촘하게 주는 게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자 이 대표는 곧장 "선별 지원도 가능하다"고 했다.
겉으로는 김 지사의 주장까지도 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김 지사의 비판을 일축한 셈이다. 야권 잠룡으로 평가받는 김 지사는 연일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의료 대란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며 존재감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
김 지사를 포함해 최근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은 이 대표의 대항마인 '신삼김'(新三金)으로 언급된다.
박광온·강병원·김철민·박용진·송갑석·신동근·양기대·윤영찬 전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 낙천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초일회'도 결성 후 정례모임을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세력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10월 사법리스크'에 대비한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차기 대선이 3년 남은 시점에서 외연 확장이라는 것은 너무 추상적이고, 조만간 1심 결과가 나올 사법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것 같다"며 "이 대표에게 조금 우호적이지만 완전히 친명(친이재명)도 아닌 사람들과 손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과 손을 잡음으로써 사법부가 유죄를 선고한다고 해도 똘똘 뭉쳐서 같이 가자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이른바 역풍을 차단 하기 위해 지지자들의 외곽을 다지는 행보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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