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점차 외면하는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현지 시각) 공개된 글로벌 회계 법인 언스트앤영(EY) 보고서에 따르면, 다음 차량 구매 시 완전 전기차를 구매할 예정이라는 응답 비율은 11%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 동일 조사에서의 응답 비율 22%의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다.
미국 소비자 중 다음 차량으로 완전 전기차를 포함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아우르는 '전기차'를 구매하겠다고 답한 응답 비율도 34%로 1년 전의 48%보다 감소했다.
전기차에 대한 구매 의향이 급감한 반면 하이브리드에 대한 수요는 소폭 증가한 모습. [사진=EY 보고서] 2024.09.10 kwonjiun@newspim.com |
EY 미국 자동차 부문 대표 스티브 패튼은 "2020년 이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나 구매가 급증하긴 했으나, 올해 조사 결과를 보면 처음으로 (전기차) 수요가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패튼은 이러한 전기차 수요 감소가 기존 내연 기관 차량에 비해 유지보수 측면에서 전기차도 장기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점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부족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기차의 유지보수 비용은 낮지만, 차체나 구조 수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다른 차량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머뭇거리는 이유로 추정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및 데이터 분석 업체 J.D.파워가 지난 5월 발표했던 전기차 구매 관련 설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전기차 구매 의향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 확인됐고, 그 이유로는 충전 인프라 부족이 꼽혔다.
다만 이번 EY 조사에서는 충전 인프라 부분이 개선됐고, 주행 거리에 대한 불안도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서 전기차의 주행 거리가 제한적이란 점이 주요 우려라고 답한 응답 비율은 24%로, 작년의 30%에서 감소했다. 또 충전소 부족에 대한 우려는 23%로, 작년 34%에서 11%포인트 줄었다.
EY는 배터리 교체 비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이는 소비자들의 과도한 걱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12-15년 이상의 수명을 가지며, 이는 일반적으로 차량의 수명보다 더 길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기차보다 유연성이 좋은 하이브리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점 때문에 전기차 수요가 밀리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Y는 미국 구매자의 26%가 하이브리드 엔진이 제공하는 유연성을 선호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전 세계 조사 응답 비율 19%에 비해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EY 아메리카 항공우주, 방위 및 모빌리티 부문 대표 라만 램은 "환경을 고려해 차량을 전환하려는 사람들에게 하이브리드는 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배터리 및 부품에 대한 선택권을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윈윈' 선택지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드나 토요타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국에서 강력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기록을 자랑 중이며, 경쟁사인 GM 역시 인기 모델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EY는 이번 조사 결과가 미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일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으며, 동시에 전기차 비용에 대한 소비자 교육과 하이브리드 대안 제공 등이 대규모 전기차 채택으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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