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차관 "전화할 수 있는 상황은 경증" 발언 꼬집어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발언에 대해 "개탄한다"고 비판했다.
4일 박단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민수 차관이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응급실의 경증 환자 이용 자제를 거론한 데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숫자를, 국민이 호도할 통계를 예쁘게 정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응급실에 걸어 들어오는 환자 중 진단 결과 뇌출혈, 심근경색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일부는 사망에 이른다"며 "내원 당시 이들은 전화할 수 있는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왔다면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전공의 사직 공모 혐의를 받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4.08.21 mironj19@newspim.com |
박단 비대위원장은 응급 상황의 복잡성을 강조하며 차관의 발언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증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의심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차관의 발언은 결국 소생 가능한 환자에게 지금이 아닌 사망한 후 병원에 가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진단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중증과 경증을 나눌 수 있다면 트리아지(Triage)라는 응급 환자 분류 체계는 물론 6년의 의과대학 교육과 5년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 과정 역시 불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며 "당신의 가벼운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죽음을 가져오게 될지. 엄숙한 진료 현장에서. 오늘 단 하루라도. 무겁게 반성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민수 차관은 이날 '어떻게 경·중증을 판단해야 하느냐'는 라디오 진행자 질문에 "본인이 전화 걸어서 물어볼 정도면 경증"이라며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나는 것도 경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박 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 브리핑에서 라디오 발언에 대해 "(제가) 의사도 아니고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위험인 상태에서 증상이 악화하면 중증일 수가 있고 의식이 있다고 경증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 차관은 또 "일반화해 말씀드렸던 것이고, 개인이 판단하기 어렵다"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상황이 안 좋을 때 동네 병의원을 빨리 이용해서 체크를 받고 의사가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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