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에 이어 '시즌 2'도 시청자 눈길 사로잡으며 기대감 높여
차별 견디면서 생명력 이어온 재일교포들의 투쟁 그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고시엔 야구대회에서 우승하자 바다 건너 한국인들이 내 일처럼 기뻐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역 언론인 교토신문은 호외까지 발행했고, 상인들은 우승기념 할인행사도 가졌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한국계 학교의 우승과 NHK에서 울려퍼진 한국어 교가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저릿하지 않았던 한국인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감정이 뒤섞인 한·일관계는 지금도 '네버앤딩스토리'처럼 이어지고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파친코' 시즌 2에서 선자의 노년 역을 맡아 출연하는 배우 윤여정. [사진 = 애플TV플러스 제공] 2024.08.29 oks34@newspim.com |
2년여 전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가 출간되고, 애플TV 플러스의 드라마 시리즈 '파친코'의 시즌 1이 공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한국과 일본 사이의 역사를 다룬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지난 주부터 매주 한 편씩 공개되는 '파친코' 시즌 2 역시 그런 의미에서 반향이 크다. 첫 번째 에피소드 공개와 동시에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하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OTT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8월 25일 기준 한국과 일본, 홍콩, 필리핀 등 14개국 Apple TV+ 톱10 TV쇼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시즌 2'는 '시즌 1'의 연속선 상에 있다. '시즌 1'의 출연진들이 그대로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리는 작품'이라는 소개처럼 마치 대하장편 소설을 만든 드라마로 느껴진다. 한국 이민자 가족의 4대에 걸친 장대한 서사가 한국과 일본, 미국땅을 오가면서 전개되기에 흡인력도 뛰어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파친코' 시즌2. [사진 = 애플TV 플러스 제공] 2024.08.29 oks34@newspim.com |
'시즌 2'의 초반에는 주인공 선자(김민하)의 7년 뒤인 1945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일본 오사카로 건너온 선자와 그의 가족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담았다. 그 모습은 일제 시대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여기에 1989년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선자의 손자인 솔로몬(진하)의 이야기가 중첩된다. 시대적으로 한 세대를 건너 뛰는 시간이 놓여있지만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줄거리는 한국인 이민자들의 차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나라를 잃은 설움 속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선자네 일가족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눈물겹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구성원들은 처절한 희생을 치루면서도 결코 굴하지 않고 서로를 감싸고 보살핀다. 또 한 축은 차별의 문제다. 솔로몬은 "남의 땅에 살려면 말이라도 제대로 배우라"고 충고하는 일본인 빵집주인에게 "내가 당신 월급을 하루에 버는 사람이다. 당신 같은 사람에게 조롱당할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거세게 항의한다.
한편 한수(이민호)는 밀주를 만들다가 체포된 선자를 꺼내주면서 지난 7년 동안 잠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성공한 조선인으로 등장하는 한수는 일본인 고위층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부와 권력을 쌓아간다. 이는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친일세력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처럼 보인다. 매주 한 편씩 공개되는 시즌 2는 다소 감질맛이 나는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기대감을 갖게 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스케일 큰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음악 등 드라마로서의 매력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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