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애플TV+의 글로벌 오리지널 시리즈의 '파친코'의 주역 이민호, 김민하가 2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한국의 아픈 역사와 더불어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담은 이야기로 시즌1에 이어 재차 흥행을 노린다.
이민호와 김민하는 23일 첫 에피소드가 공개된 '파친코' 시즌2의 촬영 과정과 작품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민호는 시즌1에 이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벌이는 고한수 역을, 김민하는 윤여정과 함께 주인공 선자 역을 열연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시즌2에서 다시 이어지고, 또 어긋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애플TV+의 글로벌 오리지널 시리즈의 '파친코'에 출연한 배우 이민호 [사진=애플TV+] 2024.08.27 jyyang@newspim.com |
"작품 전체의 쇼 러너이자 작가인 수 휴와 중년의 남성을 어떻게 구현할지 상의했어요. 수 작가는 제게 20kg정도 살을 찌웠으면 좋겠다더군요. 그 정도면 못알아 볼 거라 5~6kg 정도 좀 증량했어요. 개인적으로도 한수란 인물은 화면을 뚫고 위스키 냄새가 났으면 했거든요. 나쁜 남자나 중년을 연기하는 건 두렵지 않아요. 20대 때부터 어떤 작품이든, 캐릭터든 다 해보고 싶고 할 수 있다는 마인드로 배우 생활을 해왔죠. 사랑받았던 작품들이 대부분 정돈돼 있고 청춘을 연기한 역이었던 것 뿐이고요. 30대 초중반을 거치면서 그런 것에 답답함을 개인적으로 느꼈었고 얽매이지 않고 좀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구가 있을 때 '파친코'를 만나 시기가 잘 맞아 떨어졌어요."(이민호)
윤여정과 같은 역인 선자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김민하는 시즌1 때 역할을 준비하면서 할머니에게 직접 극중 배경이 되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민하는 이번에도 할머니와 엄마에게서 선자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음을 고백했다.
"시즌2 할 때 가장 궁금하고 풀리지 않았던 것이 모성이었어요. 저는 엄마였던 적이 없으니까요. 부모님한테도 많이 여쭤봤고 또 할머니한테도 여쭤봤었어요. 할머니는 7남매를 키우셨는데 어떻게 했어요? 어떻게 그 시절에 그렇게 키웠어요? 물어보면 '그냥' 하셨는데 너무 맞더라고요. 사실 이유가 어딨고 뭐가 필요하겠어요? 그냥 정말 무조건적인 사랑을 내 아이들한테 느끼고 나는 어떻게 돼도 좋으니 아이들은 좋은 걸 했으면 좋겠고 이런 마인드가 그냥 너무 당연했던 거예요. 정말 그냥 했고 내 애들이니까 했어. 이 말이 와닿았죠. 엄마한테도 엄마 나 왜 이렇게 좋아해 물었는데 '너니까' 하시더라고요. 그런 게 정말 많이 도움이 됐어요."(김민하)
지난 시즌에 이어서 호흡을 맞추게 된 두 사람은 어긋나는 듯 또 만나게 되는 로맨스 아닌 로맨스를 이어가게 된다. 이민호와 김민하는 "카메라 앞에선 거리낄 게 없었다"고 말했다.
"선자를 연기한 민하는 사실 오디션 때 처음 만났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선자다'라고 생각했어요. 놀라움을 주는 배우니까요. 정말로 선자를 현장에서 보고 있으면 묘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좀 들었어요. 그 답답하기도 하고 좀 화가 나기도 하고 얘가 시키는 대로 좀 했으면 좋겠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재주가 있다고 할까요."(이민호)
"저도 카메라 밖에서는 이번에 더 편해지고 친해지고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캐릭터적인 부분을 찾아가는 것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한수를 잘 이해하진 못했어요. 아 진짜 너무 이해 못하겠는데요 해도 현장에서는 정말 설득을 시켜주셨어요. 내뱉는 말 한 마디가 정말 무겁게 느껴져서 놀라웠고,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압도당하는 게 항상 있었어요."(김민하)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애플TV+의 글로벌 오리지널 시리즈의 '파친코'에 출연한 배우 김민하 [사진=애플TV+] 2024.08.27 jyyang@newspim.com |
'파친코' 시즌2는 리앤 웰함, 진준림(Arvin Chen), 이상일 세 명의 감독이 총 8편의 에피소드를 나누어서 연출했다. 수 휴 쇼러너를 중심으로 다양한 감독들이 협력한 가운데, 실제 자이니치(재일교포) 출신인 이상일 감독과 함께 만든 이야기에도 관심이 쏠렸다. 촬영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다국적 배우들과 함께한 현장이었다.
"지금 기억에 남는 거는 소품 활용과 관련해 소통을 많이 했어요. 왜냐면 일본에 살아도 한국에 사는 것처럼 사니까요. 가족들은 예를 들어 밥상을 얻는 예절이라든지 이런 건 배우들이 한국의 문화적인 부분들을 아니까 디테일하게 갈 수 있었고 감독님들이나 작가님들도 되게 많이 수용해 주시고 물어봐주셨어요. 특히나 음식에 관해서 밥상 차리는 거나 우리나라는 신을 벗고 집에 들어가는 게 당연한데 외국은 그렇지 않다 보니까. 그런 걸 계속 얘기하면서 녹여냈죠."(김민하)
"현장에 가면 진짜 혼돈의 도가니예요. 진짜 거의 모든 국가의 언어가 사방에서 들리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했죠. 제가 잠시 놓는 순간 소통에 공백이 생기고 오류도 생길 수 있는 지점이 있어서 현장에선 계속해서 모든 레이더를 켜고 있었던 기억이 나요."(이민호)
이민호는 '파친코' 시즌1으로 글로벌 오리지널 작품에 진출하고, 시즌2까지 이어오면서 배우로서 세계 시장으로 발을 넓힐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 김민하 역시 글로벌 시리즈의 주역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면서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두 사람에게 향후 배우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삶을 달리보게 한 계기도 됐다.
"지금 사실 한국 콘텐츠들이 많이 사랑을 받고 있지만 늘 그걸 접한 입장에선 익숙한 면이 있죠. 새로 접하는 분들에겐 한국 콘텐츠가 매력적일 거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오히려 외국 대본들을 봤을 때 신선하게 느껴지는 배우가 된 셈이에요. 조금 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나 단점들, 감정 표현을 해보는 게 앞으로 배우로서 풍성해질 수 있겠다 생각하고 있어요."(이민호)
"경험하는 걸 되게 좋아하고 중시하는데 더 중요한 건 그 와중에 제 자신을 잃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마어마한 경험을 하고 나서도 정말 큰 경험을 했고 여기에서 얻은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하면 잃지 않을까에 대한 부담감도 있어요. 유명해져서 신데렐라 스토리를 확장시키자는 부담보다 이 상황 속에서 속임수를 쓰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나를 계속 유지를 하면서 더 좋고 멋있고 사람들한테 위로를 해줄 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책임감이 조금 있었어요. 이 세상의 많은 선자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았거든요."(김민하)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애플TV+의 글로벌 오리지널 시리즈의 '파친코'에 출연한 배우 이민호 [사진=애플TV+] 2024.08.27 jyyang@newspim.com |
데뷔 14년차를 지난 이민호는 국내외에서 한류스타로 유명세를 떨쳤던 과거는 자신이 만든 것은 아니라고 했다.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기에 이야기의 역사적 배경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을 법도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파친코'를 통해 특정한 역사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평가를 마주하기보다, 그 안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보편적인 정서에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어떻게 보면 한류 스타라는 타이틀을 사실 제가 만드는 건 아니에요.그냥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까 언젠가 한류라는 붙었는데 결국 이 한류라는 타이틀을 걷는 것 또한 저의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인간의 감정을 표현해야 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늘 약간은 부담이 돼요. 이 작품이 진짜 역사를 재조명하고 이런 일이 있었다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그걸 토대로 역사 속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죠. 지금도 그런 보통의 사람들은 늘 존재하고 우리 다음 세대에도 존재할 거예요. 그렇게 나아가는 이야기죠."(이민호)
"시즌1 때 기억에 남는 게 서울 명동에 애플샵이 생겨서 관객과의 대화를 했었어요. 그때 놀란 게 많은 분들이 본인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주셨거든요. 대만에서 오셨는데 선자가 엄마와 헤어지는 장면이 본인이 엄마를 떠날 때와 같았다고 하셨고, 중국분이신데 버스 타다가 엄마 생각나서 눈물을 흘렸다고, 또 엄마가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이민자의 이야기를 넘어서 각각 개인의 사랑과 가족과 아니면 그 이상의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게 돼요."(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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