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사양' 등 대표작의 이면 엿볼 수 있어
우울과 절망의 밑바닥에서 쓴 진솔한 고백 담아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삶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사이에서 방황한 '인간' 다자이 오사무와 문학에 헌신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는 산문집 '마음의 왕자'(민음사)가 출간됐다. 다자이 오사무는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 작가로, 그의 대표작 '인간 실격', '사양' 등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작가의 문학 인생을 초기(1933)부터 최후(1948)까지 두루 볼 수 있도록 결정적 작품만을 연대별로 엄선하여 수록했다. 지금껏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들을 번역해온 유숙자 번역가가 직접 엮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다자이 오사무 산문집 '마음의 왕자' 표지. [사진 = 민음사 제공] 2024.07.24 oks34@newspim.com |
그동안 다자이에게 붙어 있던 '데카당스(퇴폐주의)'라는 꼬리표를 떼고, 생활과 문학에 혼신을 다하는 '인간' 다자이 오사무의 맨얼굴을 생생한 목소리로 체험할 수 있다. 다자이는 대도시 도쿄로 상경한 '시골뜨기'의 불안, '부잣집 도련님'으로서의 부채감, 낯선 이를 두려워하면서도 한없이 그리워하는 기묘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또 작가로서의 긍지와 지조를 지키기 위한 분투, 기성 문단에 대한 혐오와 성공하고자 하는 갈망 등을 둘러싼 우울과 분노를 절절하게 들려준다.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다. '정성을 다한다'고 말한들, 자네들은 이해 못 할지도 모르지. 그러나 '친절'이라 말해 버리면, 맨송맨송하다. 배려. 의기. 마음 씀씀이. 그리 말해도, 여전히 딱 들어맞지 않는다. 요컨대, '정성을 다한다'는 거다. 작자의 그 '정성을 다한다'가 독자에게 통했을 때, 문학의 영원성이라든가 혹은 문학의 고마움이라든가 기쁨이라든가, 그러한 것이 비로소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 '여시아문'에서
엮은이인 유숙자는 "다자이의 문장이 지닌 리듬과 호흡은 소설이건 에세이이건, 읽는 이를 팬으로 만들고 마는 묘한 힘을 발휘한다"면서 "독자는 더욱 진솔하고 거침없는, 희로애락이 깃든 작가의 육성을 속삭임처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280쪽. 값 15000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