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최근 유명 유튜버 침착맨의 자녀를 두고 칼부림 예고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유튜버의 법률 대리인 측 공지에 따르면 몇 년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침착맨의 가족에 대한 사회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심각한 수준의 악성 댓글,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작성되고 유포됐다.
송현도 사회부 기자 |
이는 유명인을 대상으로 지속됐던 고질적인 살해 협박이 일반인에게도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그저 아버지의 방송에 출연했을 뿐인 미성년자에게도 악의를 담은 칼부림 예고 글이 올라오는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칼부림 예고 글이 수면에 올라온 것은 지난해 7월 신림역 칼부림 사건부터다. 신림역 흉기 난동에 이어 서현역 흉기 난동까지 연일 칼부림 사고가 일어나면서 온라인상에서 한 달 만에 476건 상당의 칼부림 예고 글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살인 예고 글 게시를 중대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200여 명을 잡아냈지만, 막상 익명의 장막에서 손을 놀리던 이들을 잡아낸 이후는 허탈하다. 잡아낸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부실해 집행유예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한, 예고 글을 올린 이들 중에는 10대가 다수 포함됐기 때문에 촉법소년인 이들을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8월 광주의 한 도로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흉기 난동을 흉내 낸 사진을 촬영한 10대 A군은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되는 데 그쳤다.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자 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공중협박죄 도입도 논의됐다. 온라인 등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력히 처벌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지난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논의가 흐지부지 된 상태다.
한편 대중의 입을 탄 칼부림 예고는 칼부림 사태가 잠잠해진 이후에도 유행처럼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되는 추세다. 지난 3월에도 한 10대 소년이 강동구 모 여고 살인 예고 글을 수십 차례 올려 경찰 인력이 배치되기도 했다.
작성자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고 읍소하거나, 교도소 수감 후기를 작성하며 법망을 비웃기도 한다. 살인이라는 글자가 주는 무게와 달리 가벼운 책임만을 느끼는 것으로 비춰진다.
흔히 쓰이는 경구 중에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글에 담긴 힘의 막중함을 알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언론에 자성을 요구할 때 쓰이지만 누구나 글을 쓰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현 시대에 이 말이 담은 의미는 비단 특정 집단에게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가벼운 생각으로 게시한 글이 누군가에게는 실제적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사실을 주지하고 누구나 글이 담은 힘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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