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장, 월례회의서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와도 굴복하지 말라" 강조
검수완박, 검경수사권 조정 등도 비판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7일 "검찰의 일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호민관(護民官)의 일임과 함께 권세 있는 사람, 재력 있는 사람, 유명세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고단하고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월례회의에서 "검사 탄핵 조치는 판결이 선고됐거나 재판받는 피고인들이 법원의 법정에서는 패색이 짙어지자 법정 밖에서 거짓을 늘어놓으며 길거리 싸움을 걸어온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 = 대검찰청] |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부해 동의 안건을 처리한 바 있다.
이 총장은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자 아예 법정을 안방으로 들어 옮겨 자신들의 재판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인을 모두 도맡겠다 나선 것"이라며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을 들지 않더라도, 이는 사법부의 재판권과 행정부의 수사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오더라도 우리 검찰 구성원들은 위법하고 부당한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고,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당당하고 품위 있게 국민이 부여한 우리의 책무를 다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이 총장은 그동안 야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이른바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안 발의에서 공포까지 18일 만에 급조된 검수완박과 수사권 조정 입법은 고소·발인, 피고소·발인,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은 물론 법원, 검찰, 경찰, 변호인 등 국민 모두에게 사법절차 지연, 비효율과 불만족을 가져왔다"며 "결정적으로 국가의 '범죄에 대한 대응력과 억지력'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 한 건의 수사와 재판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탁상공론으로 사법제도를 설계하고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입법한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사법제도를 '공정과 효율'이 아니라 오로지 '검찰권 박탈', '검찰 통제'라는 목표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장은 "이처럼 누더기 형사사법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또다시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목표로 소위 '수사·기소 분리'라는 도그마를 꺼내 들었는데, 이는 결국 국가의 범죄 대응과 억지력 완전 박탈이라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 명확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검사가 기소를 결정하려면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데, 직접 보고, 듣고, 수사해 보지 않고서 남이 만든 서류만으로 기소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공직사회의 문제점으로 복지부동이 지적되곤 한다"며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억지로 분리해 밤낮없이 헌신하는 검사들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만들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총장은 "사법제도를 설계하는 단 하나의 관점은 '범죄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를 확보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부패한 권력자가 범죄로부터 도피하거나 사적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잘못된 제도로 진실이 은폐되고 범죄자가 활개치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총장은 "공직자가 제도와 법령 탓만 할 수는 없으므로, 어렵고 힘든 시기에 검찰 구성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 보듬어 주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소명을 다한다면 그 어떤 혹독한 상황도 버티고 견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