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과세 등 논란 의식해 횡재세 당론 보류
가산금리 공시 및 서민기금확대 등 추진
금융권, '유사 횡재세' 도입 논란에 거부감
인위적 시장개입 우려, 합의점 찾아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거대 야당이 '횡재세' 도입을 보류했지만 가산금리 산정 기준 공시 등 이른바 '유사 횡재세'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금융권은 횡재세로 인한 막대한 손실 우려가 해소된 점에 대해서는 안도감을 나타면서도 영업비밀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에는 또다른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권 특성과 의견을 무시하는 정책 추진이 반복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정치권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4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22대 국회에서 당론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횡재세 대신 가산금리 산정 기준을 공시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은행권의 서민기금출연규모를 늘리는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2024.06.12 pangbin@newspim.com |
횡재세는 은행권 이자수익의 일부를 기여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민주당이 지난해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 개정안에서는 직전 5개년 평균 이자수익이 120%를 넘을 경우 그 초과분의 40%를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직접 도입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온 정책이라는 점에서 22대 총선에서 과반을 넘어 175석으로 압승한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중과세 논란과 함께 관련 산업군(정유·금융 등)의 자본건전성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역시 추정 환수액만 2조원을 넘어서는 횡재세가 보류됐다는 점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횡재세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정상적인 방식으로 거둔 수익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수'한다는 점에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기업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됐던 상황"이라며 "향후 전망은 모르겠지만 일단 멈췄다는 점에서는 안도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이 횡재세 대신 추진하는 이른바 '유사 횡재세'에 대해서는 여전히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수위만 낮을 뿐, 금융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금융권과의 협의도 없는 일방적인 정책이라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산금리 산정 기준을 공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영업기밀 공개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와 은행들이 자금조달비용 및 고객별 신용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가산금리를 합해 결정됐다. 이중 기준금리(현 3.5%)는 투명하게 공개되나 가산금리는 은행의 자금조달방식과 비용절감 노하우, 고객리스크 대응 방식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기밀로 유지되고 있다.
인위적인 변경이 불가능한 기준금리 대 은행들이 스스로 가산금리를 낮추도록 유도해 대출금리를 인하,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게 민주당의 복안이다.
하지만 고금리 시국의 원인 자체가 두배 이상 오른 기준금리라는 점에서 가산금리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이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확정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울러 은행의 고유 영업기밀 공개를 강제하는 게 합당하냐는 논란도 적지 않다.
서민기금출연금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 정부에 은행권의 이른바 '상생' 부담이 급증한 상황을 거론하며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은행권이 지난해 투입한 소상공인 이자환급 등 상생금융 총액은 약 2조1000억원. 여기에 자체적인 사회공헌 금액 1조6000억원 등 총 3조8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한 상태다. 이는 지난해 국내은행 전체 순이익 21조3000억원 대비 17.8% 수준이다.
올해도 추가적인 상생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서민기금지원 확대까지 더해질 경우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경제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결과인데, 이를 가산금리 조정으로 해소하자는 건 현실성이 떨어지는 접근"이라며 "정치권에서 과연 인위적인 (국내외) 금리역전에 따른 대안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잇단 상생금융 정책에 금융권으로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앞장서왔다. 지지층을 의식한 정책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효성을 만들 수 있는 정책을 업권과 정치권이 소통하면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