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한중일 정상회의 차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와의 회담 이후 K팝 공연계에서도 한한령(한국 콘텐츠 금지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15년 12월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과 관련해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화를 넘어서 문화, 관광의 개방과 교류를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9년간 중단됐던 공연 회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리 총리와 회담에서 한중 간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를 비롯해 FTA 확대를 통한 문화·관광까지 다각도의 소통 창구를 만들기로 하면서 2016년 사드(TT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이어진 한한령으로 중단된 중국 내 K팝 공연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에 기대를 품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지난해 6월 일본 돔 투어를 진행한 NCT 127 [사진=SM엔터테인먼트] 2023.03.31 alice09@newspim.com |
지난해 3월 중국 국무원 문화관광부는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외국의 상업 공연 접수 및 허가를 재개한 바 있다.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 내 K팝 공연은 2015년 그룹 빅뱅 이후 맥이 끊긴 만큼, 상업 공연 접수 및 허가로 인해 중국 공연 빗장이 풀리기도 했다. 중국은 K팝 시장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한류로 시작한 K팝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2022년 기준 음반 수출액 또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 음반을 가장 수입한 국가 중 중국이 일본 다음으로 132만6000달러(약 637억원)으로 높았다. 중국의 경우 한한령으로 K팝 스타들의 현지 공연은 막혔지만 음반 수출액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또 실제 QQ뮤직, 쿠거우뮤직 등 죽구의 대표 음원 플랫폼을 운영하는 텐센트 뮤직엔터테인먼트 고위 관계자가 방한해 국내 주요 가요 기획사와 미팅을 진행한 만큼, 중국 본토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부산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인디밴드 '세이수미(Say Sue Me)'의 7월 베이징 공연이 승인되면서 중국 공연이 본격 재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세이수미 외에도 지난 3일 베이징 국가대극원 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이 8년만에 재개됐다. 중국에서 왕성히 활동했던 조수미는 2017년 2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 순회공연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중국 당국으로부터 공연 취소를 통보받은 뒤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조수미부터 인디밴드 세이수미의 공연이 한한령 해제의 시발점이 돼 K팝 가수들의 공연으로도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또 K팝 공연뿐 아니라 한중 FTA의 2단계 협상과 관련해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화를 넘어서서 앞으로 서비스 분야까지, 특히 문화, 관광, 법률 분야에 이르며 개방과 교류를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한국을 찾은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이제부터 논의를 해야 할 사안"이라며 "향후 한한령 해제에 대한 결론은 본격적으로 문화 개방과 교류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면 그때 쯤에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엔터계 관계자는 뉴스핌에 "지난해 이미 중국 본토에서 K팝 가수들의 팬 사인회가 열렸다. 이걸 긍정적인 사인으로 보고 있다. 이후에도 여러 엔터사 아티스트에게 팬사인회, 공연 문의가 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회담 후 한한령이 해제되고 물꼬가 터지면 공연까지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간 주춤했던 중국 판매량도 회복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속사 관계자는 "본토 공연 개방이 잘 되면 좋겠지만, 아직은 관망하고 있다. 분위기가 경색된 것보다 이러한 논의가 오가는 것이 이전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