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중 22일 오전 일산 국립암센터서 눈 감아
'농무','가난한 사랑 노래'등 서민 애환 담은 시 남겨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가난한 사랑 노래', '농무' 등의 명시를 쓴 신경림 시인이 별세했다. 향년 88세. 22일 문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암 투병 중이었던 신 시인은 이날 오전 8시 17분께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시인 신경림. 2024.05.22 oks34@newspim.com |
충북도 충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충주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뒤 1956년 '문학예술' 잡지에 시가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1971년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농무(農舞)','전야(前夜)','서울로 가는 길' 등 서정성 짙은 시를 발표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이후 우리네 서민들의 땀과 한이 서린 시편들을 발표하면서 민중시인으로 이름을 얻었다.
시집으로는 '농무(農舞)'(창작과비평사, 1973), '가난한 사랑 노래'(실천문학사, 1988), '쓰러진 자의 꿈'(창작과비평사, 1993), '낙타'(창비, 2008) 등이 있다. 이밖에도 평론집, 에세이집, 동시집 등 많은 저서를 발표했다., 특히 1970년대 산업사회의 여파로 무너져가는 농촌의 일상을 시로 쓴 시집 '농무'는 한국문학사에 남는 명작으로 꼽힌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아래는 시 '농무' 전문.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시집 '농무'. [사진 = 창비 제공] 2024.05.22 oks34@newspim.com |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벼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