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vs 달러, 금 vs 실질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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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자산시장의 오랜 공식이 뒤틀리고 있다. 올 들어 ▲달러와 유가 ▲달러와 금(金) ▲실질금리(TIPS 수익률)와 금 사이에 전통적 상관관계가 깨지고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전례가 없지는 않다. 잠시 궤도를 이탈했다 예전의 상관관계로 회귀할 수 있지만 그 배경에 화폐 자산에 대한 시장의 깊은 불신이 자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 달러와 금
달러는 강하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올 들어 2.8% 올랐다. 다만 이는 법정화폐들 사이에서 이야기다. 유구한 역사의 경화(硬貨)인 금(金)은 그런 달러보다 더 강하다. 달러로 표시된 금값은 올 들어 13.33% 뛰었다.
달러와 금은 전통적으로 역의 상관 관계를 보여왔다. 달러가 약할 때 금값은 올랐고 달러가 강할 때 금값은 내렸다. 그래서 금의 성격을 둘러싸고 `과연 안전자산인가라`는 물음표가 늘 따라다녔다. 달러가 글로벌하게 약해지는 위험선호 국면에서 금값은 더 힘차게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금 가격(파란색 선)과 달러인덱스 (보라색선) 추이. 올 들어 달러와 금의 전통적인 역의 상관관계가 깨지고 있다. [사진=koyfin] |
올 들어 달러와 금의 전통적인 역의 상관관계는 깨졌다. 때때로 이 관계가 복구되는 날도 있었지만 대체로 달러가 오르는 동안 금도 가파른 랠리를 연출했다. 전 세계 화폐들의 화폐인 달러 대신 시장은 금을 택했다.
수급측면에서는 중국 인민은행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를 늘리며 소떼를 이끌었다. 여전히 끈적한 인플레이션 환경 하에서도 "올해 어느 시점에 금리를 내리는 게 적절할 것"이라는 연방준비제도의 메시지도 이를 부추겼다.
2. 실질금리와 금
금과 미국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의 움직은 더 기이하다. 올 들어 10년물 TIPS 수익률이 약 36bp 상승(TIPS 가격 하락)하는 동안에도 금값은 솟구쳤다.
전통적으로 금과 TIPS 수익률은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채권시장에서 TIPS 수익률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로 통용된다. TIPS 수익률이 오를 때 즉 실질금리가 오를 때 금값은 떨어졌다.
금은 일드(Yield)가 없는 자산이다. 금을 장롱에 보관해도 이자를 받지 못한다. 채권시장의 실질금리가 오르는 국면, 특히 기대 인플레이션 이상의 이자를 제공하는 국면(실질금리가 플러스 영역인 구간)에서 금의 매력은 반감한다. 둘이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이유다.
미국 10년물 TIPS 수익률(실질금리)과 금 값은 전통적으로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사진=koyfin] |
그런데 올 들어 이 상관관계는 깨졌다. 실질금리(TIPS 수익률)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금값은 뛰었다.
이 둘은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통용된다. 시장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금을 매수하고 있다면 같은 용도의 TIPS도 그러해야 하지만 올 들어 TIPS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TIPS 가격 하락 = TIPS 수익률 상승).
TIPS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기 이전에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이다. 시장의 TIPS 외면은 미국 국채에 대한 기피, 화폐 자산에 대한 거부를 웅변하는 것일 수 있다.
올 들어서는 TIPS 수익률과 금의 전통적인 역의 상관관계가 깨지고 둘은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파란색) 금 20일 이평선(보락색) 10년물 TIPS 수익률(주황색) 10년물 TIPS수익률 20일 이평선(연두색) [사진=koyfin] |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