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절감액 5300억원, 단순 차액 바탕 추산치
전환지원금도 실효성에 의문 제기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이동통신사 3사가 지난달 3만원대의 중저가형 5세대(5G) 요금제 출시를 완료했다. 정부가 올해 1분기까지 저가형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한 것에 발맞춰 신규 요금제를 출시한 것이다. 지난 1월 KT가 가장 먼저 3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3월말에 출시하며 이통 3사의 중저가형 요금제 출시가 마무리됐다.
정부는 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5G 통신 이용자의 19%인 621만명이 신설된 중저가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속도가 유지된다면 장기적으로 1400만명이 연 5300억원 수준의 가계통신비 절감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원 산업부 기자 |
여기서 정부의 셈법이 이상하다. 아직 5300억원의 통신비 절감이 이뤄진 것도 아니며 5300억원이라는 수치도 고가 요금제에서 중저가 요금제로 이동했을 때의 차액을 바탕으로 단순 계산한 것뿐이다. 실제로 통신비 절감이 이뤄지지는 않았는데도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계획대로라면 통신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이통 3사가 출시한 중저가형 요금제는 온라인 전용 요금제의 경우 2만원대에서 시작할 정도로 가격은 기존 요금제에 비해 저렴하다.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사용할만한 요금제인지는 다른 문제다. 중저가형 요금제가 출시된 이후 온라인에서는 "이 요금제로는 유튜브도 제대로 볼 수 없다", "기본 데이터를 사용한 뒤 속도제한이 걸려 동영상 시청이 어렵다"는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 이용자들 중에서 용량이 많이 필요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잘 이용하지 않고 전화와 메신저 위주로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게는 많은 데이터가 제공되는 고가의 요금제보다는 실속 있는 요금제가 더 필요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이미 알뜰폰에서 제공하는 저렴한 요금제가 있었다. 심지어 알뜰폰에서 제공하는 5G 요금제의 경우 가격은 이통 3사의 중저가 요금제보다 저렴하고 제공 용량은 더욱 많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통 3사가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했다. 어쩌면 정부에게는 중저가형 5G 요금제를 이통 3사가 출시했다는 결과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통신비 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전환지원금 역시 생색내기용일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번호이동 시 지원금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는 전환지원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도 시행 당시 번호이동을 하면 최대 50만원의 지원금을 더 줄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시행 첫 주 추가된 지원금은 10만원대 수준이었다.
정부가 이통 3사와 삼성전자, 애플 코리아 등 단말기 제조사를 불러 간담회를 한 뒤 지원금이 30만원까지 올랐지만 이마저도 기존의 25% 할인을 제공하는 선택약정보다 할인 폭이 작다. 또한 전환지원금을 최대로 받기 위해서는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통신비 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 실제 이동통신사 판매 대리점에서도 공시지원금에 전환지원금을 추가로 지급받는 것보다 선택약정 할인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안내하고 있을 정도다.
중저가형 요금제, 전환지원금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부가 자신하는 통신비 인하의 효과는 현재까지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렴한 요금제에 근간한 알뜰폰업계를 옥죄며 통신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종합적인 통신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이제는 5G 시대를 넘어 6G 시대를 준비하고 있고 인공지능(AI)이 주요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종합적인 통신계획을 수립해 그에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통사는 물론 알뜰폰업계를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이어야 할 것이다.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종합계획 내에 그 내용을 담아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통신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가계 통신비 증가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잡으려만 하는 것은 생색내기용일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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