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은 한끼에 15만원...청소노동자 식대는 2700원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식대 2만원 인상은 물가폭등 피해를 제일 먼저 받는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 생계 비용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최악의 양극화를 막아달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서울지부)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서울지역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 총선 정책요구안 발표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0일 오전 서울시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서울지역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 총선 정책요구안 발표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렸다. 2024.03.20 aaa22@newspim.com |
정윤석 연세대분회 부분회장은 "노동자들이 시급 570원, 식대 2만원, 상여금 25만원 인상안을 제시했을 때 그들은(사측은) 시급 50원 인상을 얘기했다"며 "실질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서울지방노동위는 7차례 단체교섭 끝에 시급 27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현행 시급(10190원)에서 2.6% 인상한 금액으로 2023년 물가 상승률인 3.9%보다 낮은 수준이다.
사측은 경기 불황과 등록금 동결 등을 이유로 5년여간 동결한 식대 12만원을 14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인상안을을 거부했다. 상여금도 동결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지침에 따르면 청소·경비 공무직의 경우 식대는 14만원이다.
이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1팀장은 "대학 총장들의 업무 추진비를 보면 8명이 식사하는 데 120만원을 썼다. 한 명당 15만원 가량 쓴 것"이라며 "대학이 최소한의 공정과 평등을 지켜줬음 좋겠다"고 지적했다.
청소노동자인 문유례 연세대분회 분회장은 "이른 새벽 화장실과 복도, 계단을 정신없이 휘몰아치며 (청소를 하다 보면) 한겨울에도 땀이 줄줄 흐르고 허기가 진다"며 "한 끼(당 식대) 2700원으로는 김밥 한 줄도 살 수가 없고, 학생식당도 5000원이 넘는다"고 했다.
청소‧경비 직종은 대표적인 고령자 일자리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중 36%인 330만명이 취업자로 이들 대부분이 단순노무직에서 일하고 있다.
김지민 홍익대분회 부분회장은 "어렵게 얻은 청소 경비 일자리는 저임금·비정규직인 데다 간접고용이라서 항시적인 고용불안 때문에 불법, 탈법이 횡행하고 비인격적 대우와 괴롭힘이 빈발해도 '잘리지 않으려면' 그저 참아야 하는 '밑바닥 노동'"이라고 토로했다.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노동자들은 ▲ 용역‧하청에 대한 원청 사용자책임 ▲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원청 사용자성 인정 ▲원청 시설 사용권 보장, 샤워시설 등 휴게공간 개선 ▲ 작은 사업장의 노동기본권과 노동조합 결성 권리 보장 ▲근속, 연차휴가 등 포괄적 고용승계 법제화 등을 촉구했다.
김지민 홍익대분회 부분회장은 "청소‧경비노동자 대부분은 (5인 미안의) 작은 사업장에서 일한다"며 "5인 이상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대항력 없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머슴이나 다름없이 취급받는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 줄 것을 촉구했다. 김 부분회장은 ▲명예근로감독관 제도 ▲창구단일화제도 폐기 ▲ 노조법 30조에도 명기된 초기업교섭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초기업은 일반 기업체근로자들이 통상 가입하는 개별기업노조와 달리 기업 또는 사업장 단위를 초과해 지역, 산업, 직종 등을 단위로 조직하는 단위노조를 뜻한다.
연대 발언에 나선 서강대학교 미디어&엔터테인먼트과 학생 여경민(여·23)씨는 "대학은 학교의 구성원인 청소·경비 노동자를 책임지기 싫어 하청을 주고 하청업체는 한 달 식대 2만원도 올리기 싫다고 버티고 있다"며 "사람과 노동의 소중함을 모르고 노동자에게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을 주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을 배우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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